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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Oct 31. 2022

세 아이의 부모로써 이태원 사태를 추모하며

더 좋은 곳으로 날아갔기를

어제 아침에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듣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젠 팩트가 되어 버렸네요.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아내와 저는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젊은이들의 미래와 가능성이 이대로 멈추게 된다는 점이 그 개인과, 가족과, 국가 모두에게 너무나 통절할 일입니다.


제가 지난주 목요일에 술을 조심해야 한다고 썼었는데 바로 이런 일이 발생하니 참담합니다. 술이 들어가니 위험이 위험 같지 않아 보이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들로 인해 밀리게 되면 정말 위기의식이 생겨야 하는데 게다가 언덕이어서 더욱 그러했을텐데.


스러져간 젊은이들도 그렇지만 특히 세 아이의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남겨진 유족들과 가족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부모님들은 20년, 30년을 소중하게 아끼고 아껴가며 키웠을 터인데 그 애달픔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아마 평생. 수십년. 죽을때까지 자녀의 사진을 바라보며 살게 될 것이 뻔하니 가슴이 찢어집니다.

 

태어나 첫 걸음을 떼고, 유치원 복을 입히고, 초등학교 운동회를 참석하고, 중학생으로서 냉랭한 사춘기를 지내고 대학입학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학원 가고, 이제야 성인이 되어 대학교에 가거나 취업을 했을 우리의 아이들인데 말입니다. 그 오랜 시간 옆에서 보호하고 지켜주며 응원했던 우리의 부모님들은 어떤 마음 일지요.


세월호 사태 때는 원망을 할 주체라도 있었지만 이번 이태원 사태에는 원망할 주체도 없습니다. 미국의 명절을 원망할까요? 이태원이라는 동네를 원망할까요? 아니면 코로나가 끝나가며 제대로 된 축제가 없었던 점을 원망할까요? 그렇다고 이태원을 찾아간 10만명의 사람들을 모두 원망할 수도 없잖아요.


부모님들은 떠나간 자녀들을 사랑하는 만큼 자녀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대신해서 해주는 방식으로 추모하게 되기를 원합니다. 슬픔에만 빠져있다고 떠난 자녀가 더 좋아할 것도 아니고, 자녀 말고 다른 가족들도 챙겨야 하는 책임도 있습니다. 특히 너무 오랜 시간 슬픔에 빠진다면 남은 가족들까지 우울증과 기타 심리적 불안감이 더 높아질 뿐이오니 깊은 슬픔에도 추모를 하고 다시 일어나시게 되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부디 기운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당분간 아침 명상 시간에 죽은 사람들과 유가족들을 위하여 기도를 해야겠습니다. 부디 지금 세상보다 더 멋진 곳으로 날아갔기를. 남은 사람들은 남은 사람들의 몫을 살아갈 수 있기를. 다시는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규칙이 만들어지고 사람들도 더 안전에 민감해지기를. 대한민국이 더 안전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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