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두에서의 하룻밤
청두에 도착하니 어느덧 시간은 6시, 청두는 중국 정부에서 지정한 72시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 도시 중 하나이기에 서둘러 임시 체류비자를 받고 출국 심사를 받는다. 참 오랜만에 만나는 중국의 입국심사. "欢迎你来中国 - 환잉니라이쫑궈(중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직원들이 밝은 미소로 라고 인사를 건넨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주는 특유의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뭔가 딱딱한 듯 하지만 따뜻하고, 쾌적한 듯 하지만 조금은 답답한 것이 왠지 어릴 적 친하지 않은 사촌의 집에 갔던 느낌이랄까. 지구에 사는 사람의 1/5가 사는 거대한 나라이자 몇 백 개의 대도시가 있을 중국이지만 어느 곳이든 그 특유의 느낌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품고 있던 중국에 대한 아름다운 향수와 기대들은 이내 역시나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중국인들의 똥매너. 2007년에 잠시 살았던 대련의 모습을 보는듯한 2016년도의 청두는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중국에서 유학한 사람으로써 중국에 대한 호감이 컸기에 그 동안 친구들이 중국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면 중국도 알고 보면 정말 좋은 나라라고 이리저리 변론을 하곤 했었는데, 내가 괜한 짓을 해왔던 건지... 휴. 발단은 이랬다. 짐을 찾기 위해 카트를 끌고 수하물 찾는 곳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평소에 눈썰미가 좋은 편이었기에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투입구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몇 분이 채 안되어 내 것으로 보이는 까만 캐리어가 나오는게 보였다. 내껀가? 하곤 계속 바라보며 내 앞으로 오길 기다리는데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가방을 꺼내며 내 가방을 툭 치더니 이내 밑으로 떨어뜨려 버린다. 그리곤 그냥 자신의 짐만 챙겨서 휙 자리를 떠버린다. 떨어진 자리로 달려가 직접 짐을 찾아왔지만 기분이 나쁘다.
공항에서 짐을 찾던 도중 세 번씩이나 사람들 때문에 내 가방이 엎어졌지만 그 누구도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뒤처리는 고사하고 미안한 마음마저 갖지 않는 느낌이다. 심지어는 자기 가방을 집어 들다가 내 가방을 떨어뜨렸는데도 떨어진 가방을 그대로 두곤 자리를 황급히 떠나버린다. 내가 못 봤으면 한 없이 그 자리에서 가방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을거다. 에휴.. 누굴 탓하리, 내가 골라온 여정인걸. 여행 처음부터 괜히 마음 상하기 싫어 나 자신을 달래며 입국장으로 향한다. 중국이 자기들 말처럼 大國이 되려면 아직 한참은 기다려야 될 것 같다.
입국장에 도착하니 이름을 쓴 종이를 들고 있는 호텔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드라마 때문일까, 공항에서 이름을 들고 서있는 사람들은 항상 무슨 일이 있는 듯 멋있어 보였는데, 우리도 그렇게 보이려나 하는 생각에 어깨를 쫙 피고 나갔건만, 호텔 직원을 따라간 길 끝에는 허름한 봉고차 한대가 서있었다. 중국에서 맞이한 허름한 봉고차는 누구나 인신매매를 떠올릴만한 아우라를 뽐냈고, 호텔로 향하는 길 내내 찬경이에게 우리 이러다가 네팔도 못 가고 중국에서 끝나는거 아니냐며 긴장을 풀기 위한 농을 던져댔다. 공항이 외곽지역에 있어서일까, 왕복 6차로의 큰 길에는 차도 별로 없고 중앙선을 대신하는 화단에 서있는 야자수들이 이국적인 자태를 뽐내려는 듯 했다. 하지만 겨우내 말라버려 갈색으로 변해버린 야자수 잎들로는 이국적인 분위기 보다는 을씨년스러운 기운을 만들어 내기에 그쳤고, 괜히 호텔로 향하는 길에 긴장만 더하게 됐다.
어느새 도착한 호텔,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좀 너무한 수준의 환승호텔이다. 그냥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에 감사해야 할 판.. 내일 이른 새벽 다시 떠나야 하기에 대충 짐을 풀어 놓은 채로 저녁을 먹으러 시내에 나간다. 택시를 잡고 타자마자 기사가 내뿜는 담배연기에 택시 안이 뿌얘진다.. 휴.... 그렇다. 이게 진짜 중국의 속살이지, 내가 가지고 있던 기억은 시간이 흘러 아름다운 추억만 남고 나머진 다 잊고 있었나 보다.
아직도 비행기를 세 번이나 더 타야 하지만, 내일이면 중국을 떠나서 네팔로 간다!
진짜 여정의 시작. 휴... 힘들다 힘들어 히말라야!!
더하는글.
취직을 위해 이리저리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 이틀 미루던 게 어느새 반년이나 흘러 버렸다. 일을 하고 있는 지금 모든 기억을 곱씹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그때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쓰려고 한다. 일주일에 글 한편 쓰기도 힘든 직장인이 되어서야 여행의 추억이 주는 따뜻한 느낌들을 곱씹게 되었지만, 글을 쓰는 내내 행복한 걸 보니 그래도 아직은 여행이 고픈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