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못 이겨 잎들은 진즉 떠났는데
앙상한 가지 끝엔 미련만 남았다
아직 비우지 못한 아쉬움일까
세월을 견디지 못해 지워져 가는 기억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마른 다리
아직 꺾이지 못한 고집일까
유독 한기가 서린 새벽
아버지는 아무도 모르게 마실을 나섰다
맨발에 실내화 한 켤레 달랑 신고
시린 발을 내디디며 집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나는 누구인가,
이곳은 어디인가
몰려오는 추위와 겹쳐오는 한기
기력이 바닥을 드러낼 무렵
이름 모를 귀인의 손에 이끌려 돌아온 길
가족들은 뒤늦게 그 밤의 마실을 알았고
나는 이틀이 지나서야 그 소식을 들었다
안도해야 할까, 무너져야 할까
미련과 아쉬움의 자리에 억지로라도 희망을 심어보고 싶다
겨울을 견디면, 기어이 봄은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