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by 케빈은마흔여덟

추위를 못 이겨 잎들은 진즉 떠났는데

앙상한 가지 끝엔 미련만 남았다

아직 비우지 못한 아쉬움일까


세월을 견디지 못해 지워져 가는 기억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마른 다리

아직 꺾이지 못한 고집일까


유독 한기가 서린 새벽

아버지는 아무도 모르게 마실을 나섰다

맨발에 실내화 한 켤레 달랑 신고

시린 발을 내디디며 집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나는 누구인가,

이곳은 어디인가

몰려오는 추위와 겹쳐오는 한기


기력이 바닥을 드러낼 무렵

이름 모를 귀인의 손에 이끌려 돌아온 길

가족들은 뒤늦게 그 밤의 마실을 알았고

나는 이틀이 지나서야 그 소식을 들었다


안도해야 할까, 무너져야 할까

미련과 아쉬움의 자리에 억지로라도 희망을 심어보고 싶다

겨울을 견디면, 기어이 봄은 올 테니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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