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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우울한 당신에게 건네는 작은 시작

- 죽을 만큼은 아니지만 너무 힘들 때

by 케빈은마흔여덟


사람마다 우울증의 이유도, 증상도 다 다르다. 그래서 내가 경험자라 해도 누구에게 단정 지어 진단을 내리거나 치료법을 제시할 수는 없다. 다만, 이 글이 소수의 누군가에게라도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직접 효과를 본 방법들을 나누고자 한다.


만약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이미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경우라면 망설이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죽을 만큼은 아니지만 너무 힘들다"거나, 병원 상담 후에도 보조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면, 이 글이 작은 위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스트레스를 줄일 수 없다면, 견디는 법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벗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환경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 주어진 조건 안에서 견딜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효과를 본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익숙하게 들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혹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시도해 보면 의외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1. 억지로가 아닌, 가능한 만큼의 운동

운동이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우울이 깊어지면 걷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그럴 때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 애쓸 필요는 없다. 다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가벼운 움직임부터 시도해 보길 권한다.


사실 나도 운동을 싫어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체력장 때문에 억지로 달렸고, 군대에서도 매일 뛰어야 했다. 그렇게 15년 넘게 달렸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신호등이 깜빡일 때조차 달리지 않을 정도로 뛰는 걸 피했다.


그러던 어느 여름, 모든 게 지긋지긋했던 날, 안양천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러다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처음 달린 거리는 약 3km. 걷기와 달리기의 중간 속도였다. 땀과 침이 흐르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순간, 이상하게도 머릿속이 고요해졌다. 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느낌이 시원했고, 심장이 뛰는 소리와 함께 ‘내가 살아 있구나’라는 감각이 온몸을 채웠다.


그날 이후로 알게 됐다. 심박수를 올리는 운동이 우울감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러닝은 몸보다 정신의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는 말도 빗말이 아님을 나는 알게 됐다.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좋아할 만한 운동을 찾으면 된다. 나는 러닝을 추천한다. 힘겹게 뛰는 그 순간만큼은 현실과 스트레스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몇 분이라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고, 익숙해지면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


2. 진짜 휴식은 ‘해야 한다’에서 벗어나는 시간

휴식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휴식은 단순히 누워 있는 시간이 아니다. 진짜 휴식이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대학만 가면 끝이다”, “취업만 하면 끝이다” 같은 말을 듣고 자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 새로운 책임과 부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시간 나면 쉬겠다”는 말은, 사실상 쉬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라도 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취미가 아니라,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 누군가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것, 또 어떤 이에게는 드라마 몰아보기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발견해도 좋다. 앞서 말한 운동과 결합하면 일석이조다. 죄가 되는 일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괜찮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라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3. 위로의 말은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로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와 상담하거나, 믿을 만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나는 특히 독서를 추천하고 싶다.


책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우울의 원인과 양상이 사람마다 다르듯, 필요한 위로도 다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듣고 싶은 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책은 그 말을 대신해 준다. 나 역시 우울감이 깊었을 때 도서관을 찾았고, 별다른 정보 없이 제목만 보고 마음 가는 책들을 골랐다. 그렇게 읽은 수백 권의 책이 내게 말해줬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이 상황, 너도 이겨낼 수 있어.” “나는 네 편이야.”


책을 고를 때도 주도성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누군가의 추천보다는, 내 감각이 끌리는 책을 직접 고르는 것을 권한다. 그 안에서 내가 듣고 싶던 말을 발견할 수 있다.


작은 변화에서 시작할 수 있다. 로또에 당첨되려면, 적어도 로또를 사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는다고 나아지진 않는다.


하루만 시간을 내보자.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마음 가는 책을 사고, 집에 와서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뒤 땀에 흠뻑 젖도록 움직여보자. 샤워를 마치고 그 책을 펼쳐 읽는 그 순간, 그 하루만큼은 우울감에서 해방될 수도 있다.

작은 변화가 모이면, 결국 더 큰 변화를 만든다.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당신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딴엔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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