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가까운 디자인을 하세요.

by Kevin Seo 서승교

고객과 가까운 디자인을 하세요.


"디자인의 목적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담은 디자인 결과물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그들의 행태를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바꾸는 데 있다."라는 명제가 있다면 여러분들은 얼마나 동의하시나요? 일견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이 명제의 문제점을 짚어낼 것으로 생각됩니다. 디자인 싱킹의 관점으로 볼 때 이 명제의 가장 큰 오류는 고객들의 역할에 대한 것인데요. 고객들은 디자이너나 기업에서 원하는 것처럼 쉽게 그들의 행태를 바꾸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디까지나 행위의 주체는 고객들 자신이고 이들의 의사결정은 오로지 제공되는 가치를 공감할 때 이뤄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공급 중심의 시장에 익숙해 있는 많은 기업들과 디자이너들은 고객들이 감탄할만한 신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들은 기꺼이 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공급자 위주의 패러다임에서의 신제품 생산 및 판매 방식은 뛰어난 디자이너와 기획자를 가진 기업에서 고객들은 생각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이를 제품화하여 시장에 공급합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그 가치를 쉽게 인지하기 어렵고 기업이 원한대로 시장이 반응을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고객들을 계몽(?) 하기 위한 목적이 포함된 마케팅 활동을 벌이게 되죠. 물론 이러한 계몽활동에 설득된 고객들은 기업이 제공한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합니다만, 이로 인해서 고객들의 행태가 바뀌었다고, 고객들이 가치를 느꼈다고 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많습니다.


위의 명제에서 신제품에 대한 가치를 느끼고, 행태를 바꾸는 주체가 고객이라는 것이 간과된다면 디자인의 어프로치 또한 공급자 위주의 사고에서 고객을 계몽시키려는 활동과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고객들이 주체가 되어 가치를 느끼고 행태를 자연스럽게 바꾸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선적으론 고객보다 창의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의식을 버리는 일이 중요합니다. 고객들은 디자이너들이나 기업의 전문가들보다 창의성이 부족하거나 똑똑하지 않아서 그들의 문제를 내버려두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들은 오랫동안의 경험을 통해 그들의 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제조 능력이 뛰어난 타인 혹은 기업들이 만들어낸 설루션을 선택하는 효율적 선택 활동을 하는 것뿐이죠. 왜냐하면 이렇게 하는 것이 상당히 경제적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선택활동이 여전히 그들의 우위를 점하는 방법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죠. 법칙이라고 하기까지 어렵지만 대부분의 영리한 고객들은 "2세대의 법칙"(1세대 제품보다 2세대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서 2세대 제품을 선택하는 행태)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자구책을 만들어내는 사용자들도 있죠. 이들을 디자인 싱킹에서는 극단적 사용자라고 부릅니다. 사용자의 정규 분포에서 각 극단에 포함되는 사람들이죠. 그리고 이들의 기다림은 고객들이 가진 불편의 크기나 종류에 따라 다르기 합니다만, 매우 다른 수용 시기를 보이게 되죠. 다시 말해서, 그들이 가진 궁극적인 불편함이 해결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디자인 싱킹에서 강조하는 공감 활동을 통해 고객이 가치를 느낄 만한 소재를 발굴하는 일입니다. 고객이 가치를 느낄지 아닐지 모르면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내어놓고 반응을 살피는 깜깜이 제품 개발이 아니라 처음부터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찾는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디자인 싱킹의 공감 활동은 사용자 고객과 친해지기 위한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공감 활동의 목적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것입니다. 고객의 문제에 대한 충분하고 깊은 이해를 하고 이를 해결하는 하기 위한 디자인의 영감을 얻기 위한 활동이 디자인 싱킹에서 강조하는 고객 공감 활동의 핵심인 것이죠. 어찌 보면 디자인의 주체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고객이라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 고객 공감 활동을 통해 발굴된 여러 가지 니즈들 가운데, 고객이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들의 행태까지 바꾸는 디자인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요? 제 생각에 그러한 디자인들의 공통점은 고객과의 인지적 혹은 행태적 거리가 가깝다는 것입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공되는 디자이너들의 설루션들이 고객에게 인지적으로 너무 생소하거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되어야 하고, 행태적으로도 고객들이 기존에 하던 행태를 극단적으로 바꾸지 않는 수준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아마도 너무 극단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의 경우, 충분히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의 경계심을 발동시켜 거리감을 만들고, 누군가에게 검증되기를 기다리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소수의 혁신 수용층은 예외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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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유명한 중국집 계산대에서 발견한 예약자 상황표입니다. 포스트잇으로 시간별로 표시해서 넓은 판에 붙여 두었습니다. 수많은 모바일 혹은 PC 버전의 스케줄러가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까지 수많은 자영업 식당들은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것일까요? 기존의 모바일 혹은 PC 스케줄러들이 해결해주고 있지 못한 고객 니즈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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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거리의 한 횡단보도에서 발견한 보행자용 신호등입니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보행자들에게 길을 건너기 전 차가 오는 왼쪽 편을 한번 바라보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이 설루션과 고객의 행태와의 거리는 어떠한가요? 얼마나 효과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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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한 식당에서 식사 후 각자 개인 스마트폰으로 더치페이를 하는 어머님들의 모습니다. 사실 모바일 송금이 연세가 많으신 분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이 기꺼이 이 설루션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설루션의 고객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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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강남의 한 건물 1층에 있는 완전 무인 편의점의 모습입니다. 가히 혁신적인 점포 운영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입구에서 본인의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를 읽혀야 문이 열리고 계산 또한 무인으로 직접 해야 하는 방식입니다. 고객들은 이 편의점에서 어떤 가치를 느낄까요? 이 방식이 기존 방식 대비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은 어떤 것일까요? 고객들이 이 편의점에 대한 거리감은 어느 정도일까요?


+신제품과 서비스의 영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최고의 디자이너입니다.


++혁신의 주체는 결국 고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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