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싱킹이 혁신의 새로운 방법으로 다양한 기업과 기관 및 학교에 소개되고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공감하고 배우려고 하는 기업과 사람들도 이에 따라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그만큼 회의적인 시선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상이나 방법론이 확실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단계적 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데요. 각각의 단계에 충분히 발전되지 못하면 그 진화가 멈추고 쇠퇴되고 맙니다. 디자인 싱킹도 이와 마찬가지인데요. 일반적인 사상과 방법론의 진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신선한 관심 단계(Engagement) : 이 시기는 기존의 방법에 비해 신선한 접근 방법이 사람들의 눈에 띄고 관심을 받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성과의 효과가 아니라 충분히 공감할 만한 케이스의 드라마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해하며 관심을 보입니다.
2. 많은 지지자들의 확보 단계(Evangelists) : 일단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 그다음 단계는 수많은 지지자들을 길러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진입 문턱을 낮추는 일입니다. 누구나 방법론이나 사상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되도록 많은 채널을 오픈해야 하고, 그들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해 줘야 합니다.
3. 전문가의 양성 단계 (Experts) : 수많은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그들 중 진짜 전문가들을 길러내야 합니다. 전문가들의 역할은 그들의 사상과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경험하여 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리고, 적용 범위를 넓게 하는 것이죠. 이 단계에서는 흥미로운 드라마 못지않게 깊이가 중요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신생 사상이나 방법론들은 이 단계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붐(boom)이 일었다가 사그라들고 말죠. 이 단계부터는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서 입증해야 하는데, 깊이나 경험이 부족하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4. 적용 분야의 확장 단계 (Expansion) : 어느 한 영역에서 전문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난 다음에는 경계를 뛰어넘어 커버리지를 넓혀야 합니다. 물론 개별 영역에서의 전문성도 쌓아나가야 하죠. 이 단계에 이르지 못하면 제한적인 방법론이나 사상으로 그치고 맙니다.
5. 기본 사상(방법론)화 단계 (Element) : 다양한 영역에서 충분히 경험과 깊이를 쌓고 인정받은 방법론과 사상은 이제 모든 일을 시작 지점에서 기본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것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발전 단계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디자인 싱킹은 어디쯤 와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디자인 싱킹이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세계적으론 어느덧 40여 년입니다.) 2단계 혹은 3단계의 초반쯤으로 생각됩니다. 아직 디자인 싱킹의 지지자들은 더디게 확보 중이고 전문가들은 부족한 상태입니다. 물론 전문가의 풀(Pool)은 많아졌습니다만,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진짜 전문가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혹은 경험과 이론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특정 산업 분야 혹은 업무 분야에 제한된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러한 현실은 디자인 싱킹을 받아들이는 기업이나 기관의 사람들에게 약간의 오해를 만들어 냅니다. 경험 없는 이론의 전달은 디자인 싱킹을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방법으로 인식되고, 빠른 결과를 요구하는 기업들의 성화에 제대로 대응 한번 못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부족한 전문성은 디자인 싱킹의 수준을 기존의 아이디어 발상 방법들과 같은 수준으로 인식시키기도 하고, 그 수명을 단축시키게 만들기도 합니다. 방법론으로의 포지셔닝은 사람들에게 빨리 싫증 나게 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유행쯤으로 여기게 만들기도 합니다.
디자인 싱킹은 기존 제품의 가치 향상을 위한 개선의 방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먹거리가 있는 시장이 있는 방향과 이를 점유하기 위한 원칙에 관한 것이죠. 따라서 개선의 방법들처럼 그 성과를 빠르게 확인하기도 어렵고, 원칙인 만큼 쉽게 타협해서 조정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디자인 싱킹의 공감 활동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의 방향을 찾기 위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고객의 가치 방향은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혁신의 방향이기도 하죠. 이러한 방향과 원칙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얼마든지 변형되고 기존의 다른 방법들이 적용되어도 됩니다. 디자인 싱킹은 원칙적이면서 동시에 개방적인 특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즉, 고객의 가치 발굴과 이를 혁신의 기준으로 삼는 면에서는 원칙적이지만, 고객 니즈 발굴을 위한 방법론들의 차용이나, 고객 가치 실현을 위한 아이디어의 개발에 있어서는 매우 개방적입니다. 원칙적이면서 동시에 개방적인 특성을 갖는 것이죠.
이제는 진짜 디자인 싱킹의 전문가를 많이 길러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 전공자뿐만 아니라 생각을 디자인하는 모든 사람을 디자이너로 재정의하고 업의 한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통해 실천적 전문가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이들에 디자인 싱킹의 효과가 혁신을 원하는 기업과 기관에 제대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디자인 싱킹에서 강조하는 혁신의 방향은 고객의 가치에 기반한 기회 영역이며, 혁신의 원칙은 고객의 진짜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사진#1) 명동에서 발견한 한 분식집입니다. 입구에서 윈도우까지 빼곡하게 메뉴로 채워져 있습니다. 다소 복잡해 보입니다만 외국인이 많이 지나는 곳에서 나름대로 어필하고 있는 모습이네요. 이 분식점의 무엇이 고객의 기억에 남게 될까요? 이 디자인은 고객의 니즈가 반영되었을까요? 아니면 분식점 사장님의 니즈가 반영되었을까요? 혁신을 한다며 뭐든지 가능한 만능을 만드는 시도들이 생각나네요.
(사진#2 #3) 에스컬레이터에 설치된 두 개의 부착물입니다. 하나는 사람들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내릴 준비를 하라는 싸인이 설치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COVID19의 방역 차원에서 설치된 소독기입니다. 하나는 에스컬레이터 이용객들을 위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용객과 관리인을 위한 발명들이네요. 에스컬레이터 이용객들의 현재 위협 요인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사진#4) 지하철 양재역 앞에서 발견한 공기청정 존의 모습입니다. 아마도 저 버섯 같은 지붕 밑에서는 깨끗한 공기가 나오는 장치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누구를 위한 장치일까요? 아래 있는 벤치에 휴대폰 무선 충전기도 있습니다만 이용하는 사람은 좀처럼 볼 수가 없네요.
(사진#5) 공간 활용을 위한 아이디어였을까요? 지하철 디지털 싸이니지 설치 기둥에서 발견한 휴대폰 무선 충전기입니다. 실제로 저 안에 휴대폰을 넣고 충전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요? 사람들이 지하철 역사에서 머무는 시간은 평균 얼마나 될까요? 휴대폰을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얼마나 걸리나요?
+ 디자인 싱킹은 기술이나 제품을 혁신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고객의 추구 가치에 따라 경험을 혁신해 주는 것이죠.
++ 세상에는 정말 고객의 니즈와 관련 없는 혁신이 많습니다. 물론 이들의 수명은 순식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