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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Seo 서승교 Mar 10. 2021

디자인 싱킹은 직관적인 동시에 논리적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모든 현상을 논리적인 것과 직관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논리적인 것은 일반적으로 옳은 것이며 직관적인 것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편견은 결과물뿐만 아니라 접근 방식으로까지 확장되어서 논리적인 접근은 과학적이고 비즈니스에 적합하며 직관적인 것은 비과학적이고 예술이나 디자인에 적합하다고 인식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는 사양 사상과 교육방식이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흐름과 비중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적 사상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영향 탓인지 혁신을 달성하는 접근법도 논리적 사고와 디자인 사고로 구분하고 이 둘 중 어떤 것이 더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은 서로 다른 이 두 접근법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 비율이 좋은 것일까 하는 질문을 갖는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과연 혁신을 달성하는 두 가지 사고방식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지금까지의 사업이나 기술 관점에서 이뤄져 오던 혁신은 주로 논리적인 사고에 기반한 것들이었습니다. 반면에 고객의 관점 혹은 디자인의 관점에서 이뤄지는 혁신들은 디자인 싱킹 혹은 창의적 사고에 기반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여러분은 앞의 두 문장에 동의하십니까? 만일 동의하신다면 여러분들도 논리적이고 이분법적으로 혁신을 이해하고 계신 것입니다. 사실 인류가 이룩한 그 어떤 혁신도 논리적 사고 혹은 창의적 사고 단독으로 완성된 것은 없습니다. 이 두 가지 방식이 서로 조화를 이뤄서 탄생했다고 보는 관점이 옳을 것입니다. 각각의 접근이 서로 어느 정도의 비율이었나, 즉 황금률이 얼마인지를 따지는 일도 사실 무의미합니다. 설사 그 기가 막힌 비율을 찾았다고 해도 금방 깨지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혁신의 결과물을 누리는 사람, 즉, 고객들의 니즈는 끊임없이 다양한 수준과 형태로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논리적 사고의 지지자들은 디자인의 결과물이나 디자인 싱킹에 대해 그것이 과학적인 사고로 도출되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에게 디자인의 결과물은 시각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그들이 디자인 싱킹의 결과물을 다양한 아이디어의 시각적 산물로 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디자인이나 디자인 싱킹을 연속적인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산출물만을 바로 보기 때문입니다.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 디자이너는 디자인의 존재 이유를 찾는 활동, 즉  논리적인 증거 찾기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그리고 디자인 싱킹 또한, 한 번의 아이디어 워크숍을 위해서 고객으로부터 아이디어의 방향을 찾기 위한 지극히 논리적인 리서치를 진행하죠. (참고로 정성 조사를 비논리적인 접근으로 인식하시는 분은 없으리라 봅니다.) 프로세스적인 관점으로 디자인을 이해한다면 디자인이 매우 논리적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논리적 접근이 과학적이라 전제한다면 디자인 사고 또한 과학적이겠네요. 


논리적 사고와 디자인 사고는 연역법과 귀납법으로 비유해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연역법은 연구자가 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기반으로 가설을 수립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들을 모으는 방식의 접근으로 기존의 기술이나 사업 관점의 혁신들이 기술적, 사업적 가설을 수립하고 이를 완성해 가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반면에 디자인 사고는 귀납법의 방식을 따릅니다. 고객의 일상에서 다양한 근거들을 가설없이 발굴하고 이들을 고객의 핵심 문제로 정의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설루션을 만드는 방식인 것이죠. 어쩌면 아직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의 일하는 방식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관점에서 디자이너들에게는 또 다른 숙제가 하나 생기는 것이기도 하고요. 


불행하게도 우리는 논리적으로만 교육받고 훈련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직관적으로만 교육받고 훈련되었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는데 더 어려움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논리적 사고의 결과물인 숫자와 문장들에 대해 디자이너들이 느끼는 난해함과 같은 수준으로 직관적 사고의 결과물인 디자인에 대해 기획자나 개발자는 이해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서로가 고객 만족을 위한 지향점과 접근방식이 유사함에도 말이죠. 이 지점에서 서로 간의 의사소통의 오류가 생기는 것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참여자들에게 통섭적인 마인드와 태도가 필요합니다.


혁신을 위한 접근법이 논리적 사고인지 디자인 사고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핵심 니즈를 발굴하고 만족시킬 수 있을까입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이를 위한 단순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니까요.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난 공상에 빠지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공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수학과 물리학을 이용하였다."라고 말이죠.  이 이야기는 마치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만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고승의 일화와도 유사합니다. 여러분이 디자이너던, 개발자이던, 혹은 전략가나 기획자이던 중요한 것은 혁신의 최종 목적인 고객 만족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수용하고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 예술가는 예술을 할 뿐이고 평론가는 작품을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일을 합니다. 평론가는 작품을 창조하지 않습니다. 예술가가 평론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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