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싱킹,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디자인 싱킹에 의한 혁신이나 서비스 디자인 등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많아지면서 각 대학에는 이와 관련한 과목들이 생겨나고, 기업과 기관에서는 관련 전문가를 채용하고, 심지어 정부에서는 자격증도 발급하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진가를 인정받고, 새로운 채용의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야 말로 진짜 고객들의 문제를 잘 이해해서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관점에서 기분 좋은 일입니다. 사실 디자인 싱킹과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과목이 대학에 개설되고, 기업이나 에이젼시 등에서 프로젝트들이 수행되어 온 것은 아주 최근의 일만도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은 디자인 싱킹이나 서비스 디자인의 실무 적용 및 성과 달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 학기에 디자인 싱킹도 수강하고, 서비스 디자인 과목도 들었는데 아직 잘 와 닿지가 않아요. "
"저는 UX에 관심이 많아 그쪽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데요. 그래서 UX 리서치 , 프로그램 등도 많이 배웠는데,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자신감이 없어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이나 져니 맵을 그려 볼까요? 퍼소나는 지난 템플릿을 쓰면 되겠죠? 이 고객사는 서비스 디자인인 처음이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
"이 프로그램 쓰면 좀 더 리서치 결과가 좀 더 멋지게 표현돼요. 있어 보이잖아요."
디자인 싱킹이나 서비스가 디자인의 프로세스는 사실 매우 간단합니다. 정말 단순하게 말하자면, " 고객 공감과 창의적 솔루션 디자인의 무한 반복"이죠. 미국의 유명 디자인 컨설팅회사나 명문 대학에서 만들었다는 방법론을 그들이 정한 단계별로 잘 이해하고 각 단계의 수행을 잘하는 것은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디자인 싱킹이나 서비스 디자인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디자인의 결과물을 통해서 고객에게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고, 여기에 기업적인 의미를 더한다면 경쟁사가 쉽게 넘보지 못할 가치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모두가 똑같은 방법을 따라 하고 능숙하게 되는 것은 디자인 싱킹이나 서비스 디자인의 목표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디자인 싱킹이나 서비스 디자인의 문제 즉, 혁신의 문제는 수학 문제 풀이가 아닙니다. 누구나 같은 함수 공식을 쓰면 같은 답이 나오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객과 더 공감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디자인 싱킹이나 서비스 디자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기초를 다지기 위해 프로세스를 배우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학교나 기관 등에서 학습하는 것이죠. 하지만 제가 볼 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교육의 시작에 "왜?"에 대한 내용을 별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본질에 대한 내용이 대다수의 디자인 싱킹 및 서비스 디자인 교육에 빠져있거나 혹은 부실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을 좀 해보죠.
"디자이너는 기술자입니까?"
"디자이너는 자격증이 필요합니까?"
"디자이너는 무엇을 디자인합니까?"
"디자이너는 어떻게 디자인합니까?"
"디자이너는 왜 디자인합니까?"
디자인 싱킹이나 서비스 디자인의 키워드에는 "공감", "창의", "혁신" 등이 있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들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사실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른 과목이나 방법론을 배울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책에서 이론을 배우고,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을 익히고, 남이 이미 했던 성공 케이스를 학습하고 따라 하죠. 그리고 똑같은 방법으로 평가합니다.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를 말이죠. 하지만 많이 알고 있는 것과 이해하고 있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왜"를 이해하고 있으면, 방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프로세스를 철저하게 따르지 않아도 되죠. 핵심은 절차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모르고 있던 그토록 절실하게 원하게 될 가치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 가치는 팬시한 기법들을 적용하지 않아도 창출 경우가 많습니다. 디자인 싱킹에서 극단 사용자(Extreme User)들의 문제 해결 방식을 배우라고 하는데요. 단언컨대 모든 극단 사용자들은 디자인 싱킹이나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했고 방법론의 전문가 아닙니다. 다만 일반인들보다 고통에 민감하고 니즈가 커서 스스로 솔루션을 만들어 낼 뿐이죠. 즉, "공감하고, 창의하고 결국 혁신하는 사람들"입니다.
진짜 전문가가 되기를 원하시나요? 그렇다면 도서관에서 나가세요. 그리고 고객의 현장으로 가서 고객이 표현하지 못하는 그러나 절실한 가치를 찾으세요. "Get out of the library" - 인디아나 존스 4편에서.
(사진 #1) 서울 강남역에 있는 헌혈의 집 모습입니다. 이 헌혈의 집도 나름 서비스를 잘 제공하기 위해서 디자인되었을 텐데요. 여러분은 어떤 불편함이 보이시나요? 물론, 여기서 헌혈을 하시는 분들은 아무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헌혈하는 1시간여 동안 이 디자인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물론 저도 아무 말 안 했습니다. "나의 헌혈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일까? 아니면 사적인 것이라 불편할까?", " 나의 선한 의지는 왜 제대로 대접받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까?"
(사진 #2) 동네 공사장 벽에 붙어 있는 관청 승인 서류입니다. 아마도 이게 법적으로 게시하게 되어 있는 것 같네요. 이 방법이 효과적일까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일까요? 동네 주민들일까요? 아니면 단속 공무원?
(사진 #3)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발견한 짐이 실린 간이 수레입니다. 이 수레의 주인은 택배 기사님인데요. 택배 차량이 아파트 각 동 현관 앞까지 갈 수가 없어서 차를 주차한 후, 이 수레를 이용해서 택배를 배달하더군요. 이 수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동 킥보드를 사용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자구책을 만드는 것은 사람의 본능인가 봅니다.
(사진 #4) 한 가구 전시장에 발견한 테이블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가구를 장만하는 일이 많지 않을 텐데요. 그래서 크기에 대한 감을 갖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가구 전시장에는 서로 다른 사이즈의 테이블들을 샘플로 전시해 두고, 크기에 대한 감을 갖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밀리미터니 미터니 하는 척도들은 초등학교 때 배워서 다 잘 알고 있는데, 막상 잘 와 닿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알아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네요.
+ 표현하지 않고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디자인 싱킹과 서비스 디자인의 첫 번째 교육 목표입니다.
++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툴을 잘 다룬다고 해서 가치가 디자인되지는 않습니다.
+++ 매번 "왜" 고민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