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 " 저희 회사는 기존의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구성원과 고객을 위한 혁신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디자인 싱킹을 적용해 보려고 합니다."
나 : "네, 그러시군요. 좋습니다. 고객 공감부터 해야하니 디자인 리서치를 먼저 하셔야 합니다. 부족하지만 한 2주는 걸릴거구요."
회사 : "네? 아, 그렇게나 오래요? 꼭 필요한가요? 기간을 확 줄일 수는 없나요? 지금 매일 매일 CEO에게 보고 해야하는데... 그럼 2주 후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나오는 거죠? "
나 : "아뇨, 그때는 고객들로부터 의미있는 발견점이 도출되구요. 좀 빠르게 하면 고객 인사이트 도출까지는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회사 : "아 그럼 안되는데... 저희 윗분들에게 보여줄 게 있어야 하거든요. 그 내용이면 저희는 '너네 지금까지 뭐했어?' 라고 핀잔들어요. 그리고 저희 CEO가 주신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를 테스트한 결과도 반영되어야 해요."
나 : "실무자 입장은 이해합니다만, 그건 기존의 일하던 방식이 아닌가요? 새로운 방식으로 혁신하고 싶으시다고... "
회사 : "네 맞습니다만.... 공감을 위한 리서치는 줄여주시고, 꼭 CEO 아이디어 검증한 내용 포함해서 결과 보고하는 걸로 부탁드릴께요."
나 : "......"
이 일화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디자인 싱킹을 어딘가에서 접하고 자문을 요청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겪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대표나 기관의 장은 성공적인 혁신 사례를 통해 디자인 싱킹을 접하게 되고 디자인 싱킹의 적용을 통해 그들도 혁신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디자인 싱킹의 올바른 적용을 위한 세부 사항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혁신을 원하지만 혁신하지 않는 모순을 갖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그간의 경험을 통해 디자인 싱킹이 기업에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는데요. 디자인 싱킹 도입된 기업들에서 혁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업안에 혁신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HURDLE)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1)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혁신 성과에 대한 조급함 (HUrry/ Impatience)
: 기업은 혁신의 필요성을 대부분 현재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함에서 찾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경쟁사 보다 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그들보다 빨리 시장에 내놓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는 혁신이 아니라 기존 시장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경쟁에 해당하는 것이고 설사 경쟁사 보다 조금 앞선다고 해도 금방 따라 잡히고 말게 됩니다. 혁신은 새로운 고객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을 지향합니다.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으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기업이 만든 혁신의 시장을 경쟁사는 쉽게 따라 올 수 없습니다.
2.디자인 싱킹에 대한 저항감(Resistance)
: 물리학의 세계에는 관성의 법칙이 존재합니다. 이는 사람이나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데요. CEO를 포함한 회사의 구성원들이 디자인 싱킹을 통한 혁신에 공감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익숙하지 않음, 어색함, 원래대로 일함 등과 같은 저항감이 발생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버스가 갑자기 서면 넘어지지 않으려고 더 힘을 주어 버텨야 하듯이 말이죠.
3.디자인 싱킹에 대한 불신(Disbelief)
: 논리적 사고로 일하던 기업 구성원들에게 직관적 사고가 요구되고 숫자로 표현되지 않은 디자인 싱킹의 문법은 어색할 뿐만 아니라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숫자로 표현된다고 해도 혁신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이 갖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불신은 쉽게 가시질 않죠. 믿음이 생기지 못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번 제대로 경험해 보면 믿음이 생기겠지만 이럴 기회를 갖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까지는 디자인 싱킹을 도입하고 이에 따라 혁신을 만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 장벽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4. 디자인 싱킹 리더쉽의 부재 (Leadership mismatch)
: 디자인 싱킹 조직의 리더는 이를 오랫동안 경험하고 이를 통해 혁신을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 맡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조금 다르게 전개됩니다. 중요한 역할의 일이니만큼 회사의 대표의 의중을 잘 반영할 수 있는 분이나, 혹은 디자인 싱킹을 이용하여 좀 더 성공하고 싶은 야망이 있는 분들이 맡게 되는 경우도 있죠. 다시 말해, 디자인 싱킹의 고객 공감 사상과 철학이 부족한 사람들이 이러한 조직의 리더가 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는 마치 올림픽 경기의 코치에 해설자를 임명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5. 공정한 평가의 문제 (Equality of evaluation)
: 디자인 싱킹의 목표는 기업의 혁신 성과이고 혁신을 단기간에 이루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평가제도는 이를 반영하고 있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구성원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한다고 평가자들이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디자인 싱커들은 그들 업무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매출액이나 매출 기여도에 따른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그들의 발명이 혁신을 이룬 시점에는 그들은 회사를 이미 떠났거나,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공로를 인정받기는 어렵죠. 이때문에 기업내의 디자인 싱커들은 다른 부서의 구성원들의 수준을 맞출 수 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 그들의 자유로운 창의성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두가지는 기업이 가진 혁신 수용에 관한 제도의 문제로 정리해 볼 수 있겠네요.
이렇게 정리해보고 나니 HURDLE의 문제는 비단 디자인 싱킹의 적용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혁신방식들이 기업에 정착될 때 넘어야 하는 커다란 벽으로도 생각이 됩니다. 다른 혁신의 방법들은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빠르게' 라는 기업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맞춰줄 수 있습니다만, 디자인 싱킹은 반복하지만 새로운 판을 짜는 일이고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기업에게 참을성을 요구합니다. 사실 그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죠. 그리고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사업이 나오는 시간은 기존의 방법으로 적용했을 때와 그리 많이 차이가 나지도 않습니다. 기존의 방법으로 빠르게 제품이나 서비스의 컨셉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가설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고객에게 맞추는 후 작업의 시간은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음은 물론이구요. 어쨌든 이 벽을 넘어서지 않으면 기업이 그토록 원하는 혁신은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벽을 뛰어 넘던가, 벽을 부숴 버리던가 아니면 적어도 벽을 낮추는 노력이 있어야 디자인 싱킹을 적용할 때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죠.
<사진#1> 강의장에 비치된 무선 마이크들을 보면 대부분 옷깃에 핀을 꽂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데요. 이를 이용하면 목소리가 충분히 크게 확성되지 않습니다. 이게 불편해서 저는 스카치 테잎을 이용해서 성대에 붙여 이용합니다. 사용자에게 어떤 목적으로 마이크가 필요한지가 고민되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핀마이크는 방송 녹음용인데 말이죠.
<사진#2> 셀프서비스 식당에 설치된 키오스크 앞에 잇는 종업원과 손님의 모습입니다. 손님이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것을 어려워해서 종업원이 돕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러한 자동화 키오스크는 누구의 무엇을 해결해 준 것인가요? 정말 이 식당의 수입에 도움이 되었을까요? 적어도 키오스크 판매업자와 POS사업자는 돈을 벌었을 것 같습니다.
<사진#3> 거리를 지나다 발견한 VR 을 이용한 자동차 연습장입니다. 운전면허를 준비하는 사람 혹은 장롱면헌를 탈출하기 위해 도로 연수를 받아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보여지는데요. 커다란 모니터 앞에서 몰입감있는 운전 시뮬레이션 연습을 하는 방식입니다. 니치로 보입니다만, 도로로 차를 몰고 나가기 전 이미지 트레이닝용으로 좋을 것 같아 보이네요. 마치 비행기 조종사가 그런 훈련을 하듯이 말이죠.
+ 내가 변하지 않으면 남도, 회사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혁신을 원한다면 리더, 오너가 먼저 혁신하고 참여해야 합니다.
++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오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