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디자인 싱킹을 적용해서 다양한 고객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원래 우리가 생각했던 제품에 반영했습니다."
"디자인 싱킹의 꽃은 프로토타이핑이죠. 빨리 만들어 볼 수 있으니까 설득력 있고 좋아요."
"디자인 싱킹과 서비스 디자인은 프로세스가 다른 거 아닌가요?"
"지원 기업 심사할 때 디자인 싱킹 과정 포함 여부를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얼마 전 참여했던 지원 기업 선발 평가 과정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디자인 싱킹이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여전히 다양한 오해가 발견되곤 합니다. 이러한 오해의 대부분은 디자인 싱킹을 바라보는 시각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죠. 기존의 주류를 이루었던 사업 운영의 접근 방식은 논리적 사고에 기반한 것들이었습니다. 논리적 사고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답을 찾는 것보다는 얼마나 새롭고 논리적인 접근인가가 더 중요하게 평가받습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가치 창출보다는 가설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더 인정받았습니다. 이 경우 고객에게 전달할 새로운 가치는 대부분 기술이나 기존 사업에 기반한 가설에 가까운 것들이 대부분이고 이에 대한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방법의 신선함과 정교함이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기업들은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하면 경쟁자와 다른 쿨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하였습니다. 논리적 사고의 관점에서 보면 논리적 사고와 반대되는 사고 혹은 방법의 대상을 찾는 게 논리적인데요. 그 대상으로 논리적 사고론자들이 요즘 많이 거론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 싱킹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디자인 싱킹이 논리적 사고와 반대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에게 디자인 싱킹은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새로운 방법으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자인 싱킹에 대한 오해가 생기는 것입니다.
논리적 사고의 반대되는 사고의 방식은 창의적 사고입니다. 선형적이고 직선적인 논리적 사고와 달리 창의적 사고는 방사형 사고의 특성을 갖습니다. 수치적 자료에 의한 설득보다는 감성적 자료에 의한 기발함이 창의적 사고의 강점이죠. 이 둘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둘 다 '어떻게'에 관한 사고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습니다. 다시 말해 정해진 가치를 만드는 접근법의 방식의 차이일 뿐 최종 산출물의 성격 자체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어떤 새로운 프로세스를 가지는 지, 어떤 새로운 수단들을 이용하는지가 관심사가 됩니다.
반면에 디자인 싱킹은 "어떻게"가 아닌 "무엇"과 "왜"에 대한 사고입니다. 즉, 논리적 사고의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포함하는 포괄적 사고인 것이죠. 따라서 처음부터 정해진 가설적 고객 제공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고, 디자인 싱킹을 기반으로 한 혁신의 결과물도 겉으로는 유사해 보여도 속성은 전혀 다른 것들이 나오게 됩니다. 기존 사업과 기술에서는 "무엇"을 찾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서 "왜"와 "무엇"을 찾는 노력을 하죠. 디자인 싱킹을 논할 때도 다양한 프로세스들과 툴들이 거론됩니다만, 프로세스와 툴의 사용 목적은 "좀 더 고객이 원하는 진짜 가치"를 발굴하고자 하는 데 있는 것이지 논리적 설득이나 감성적 기발함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진짜 가치를 찾는 끊임없는 노력은 기업의 어느 한 부서만의 업무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생존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시선을 맞추고 협업해야 하는 필업인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자인 싱킹은 포괄적이고 유연한 특성을 갖습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진짜(genuine) 가치를 찾는 일은 특정분야의 전문가들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다양한 전문가의 시너지가 중요하죠. 접근 방식 또한 논리적이냐 창의적이냐를 가리지 않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을 적극 받아들이고 때로는 만들어 내기도 하죠. (사진 #1)
디자인 싱킹이 여러 분야에 소개되고 적용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디자인 싱킹이 저변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좀 더 가치 있는 산출물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디자인 싱킹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정교화를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핵심은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채 또 유행처럼 지나가는 방법론의 하나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사진 #2)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입니다. 어느 업체의 제품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아이와 엄마가 함께 전동 유모차를 이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보호자와 함께 이용하는 전동 유모차를 만드는 것을 전제로 논리적 사고로 접근하면 "얼마나 많은 두 자녀 가정이 있는가?" , "전동 유모차의 생산 비용은 얼마인가?" , "과연 제품의 경쟁력이 있는가?" 등에 대한 답을 만들 것이고, 창의적 사고로 접근하면 "경쟁 제품 대비 어떤 기능을 넣을 것인가?", "기구 디자인과 색상은 어떻게 차별화시킬 수 있을까?" 등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디자인 싱킹의 접근은 "왜 이 부모는 이 전동 유모차를 구입했는가?", "고객의 핵심 니즈는 무엇인가?", "과연 이게 최선의 답일까?" 등에 대한 답을 얻으려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시장이 창출됩니다. 그게 "혁신"입니다.
+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달이 주는 가치를 고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