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연주와 클럽 밴드의 재즈 연주 어떤 쪽을 선호하시나요?
이 두 장르 모두 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면에서는 어느 한쪽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합니다. 하지만 관중들이 각각의 음악에 대해 기대하는 것도 오케스트라와 밴드의 운영 방법도 차이가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클래식을 들을 때 관중들은 지휘자를 중심으로 얼마나 일치되고 조화로운 음악이 만들어지는가, 연주를 통해 얼마나 작곡가의 의도가 잘 전달되는가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얼마큼 정교한 가가 관전의 포인트가 되죠. 같은 곡을 연주해도 오케스트라, 즉 지휘자에 따라 다른 맛이 나는 음악이 만들어지고, 관중들은 이를 즐깁니다. 반면, 관중들은 재즈 연주를 들을 때 각각의 세션들이 가진 강점들이 어떻게 원곡에 녹아들었는지를 듣고 감상합니다. 악보에는 업는 애드리브가 포함되고 이것 또한 감동의 요소가 됩니다. 관중들은 곡이 주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기대합니다. 하나의 악기가 연주될 때 다른 악기의 주자들은 이를 잘 뒷받침해주는 베이스 리듬 라인으로 서포트합니다. 서로 간의 눈빛을 맞추며 교감하죠. 그리고 그 교감은 밴드 멤버들을 넘어서 관중들에게 전달되고 관중들도 이에 호응하듯 가볍게 몸을 움직입니다.
디자인 싱킹을 통한 혁신은 마치 재즈 연주처럼 다양한 인력들의 시너지가 기본입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끔 발견되는 문제들 중의 하나는 팀워크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수업은 전공과 관련 없이 누구나 신청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로 학생들을 팀으로 나누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는데요. 팀 프로젝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디자인 싱킹의 기본 구성 요소 중의 하나인 다학제 인력 간의 협업 정신을 길러주기 위함입니다. 제가 경험한 거의 모든 경우, 팀워크가 좋은 팀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렇지 않은 팀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학기말에 발표하였습니다. 사실 이러한 방식은 다양한 디자인 싱킹 관련 프로젝트 및 워크숍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요. 이때도 역시 팀워크가 좋은 팀들은 성과를 만들어 내고 그렇지 못한 팀들은 성과는커녕 서로 간의 불신을 넘어 디자인 싱킹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까지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앞선 글들에서 디자인 싱킹의 주요한 두 가지 작업으로 '공감'과 '창의'를 강조했고, '사람 중심', '다학제 인력 구성', '반복 시도',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디자인 싱킹의 주요 요소로 이야기했는데요. '사람 중심', '다학제 인력 구성'은 '공감'을 위한 기본 요소이고, '반복 시도', '빠른 프로토타이핑'은 '창의'의 기본 요소입니다. 그리고 이 공감의 요소들은 우리가 대상으로 하는 외부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고객인 팀원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전문성과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여 좋은 팀워크를 만들어 성공적인 혁신의 결과물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서로 간의 유대(Rapport)를 형성하는 일입니다. 쉽게 말하면 서로 친해지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일에 대한 논의를 바로 진행하기보다는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며 각각의 팀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그래서 너무 안 하고 있는 일이죠. 유대감을 형성하는 동안 해야 하는 일은 서로 간의 표현 방식에 대해 배우는 일입니다. 모두가 같은 언어를 이용한다고 해도 서로가 가진 문화적 배경에 따라 표현방식은 다른 것이 일반적입니다. 각자의 표현 방식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상대방의 표현 방식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해야 하는 일은 팀의 목표 설정과 기준의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합의를 통해 완성되어야 합니다. 또한 팀의 목표 설정에는 구성원 개인의 목표도 반영되어 있어야 하죠. 이를 통해 각 구성원은 프로젝트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서로의 표현 방식으로 시너지를 만드는 과정을 시험해 보게 되는 것이죠. 이 과정 역시 잘 안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직급이나 경력의 차이가 나는 팀 구성의 경우, 더욱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이는 흔히 팀워크와 조직의 위계를 결부시키는 오류에 기인하는 것인데요. 분리하기는 어렵겠지만, 팀의 공통 목표를 위한 협업과 조직 관리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갖습니다. 협업을 위해서는 직급이나 경력을 떠나서 서로 간의 전문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디자인 싱킹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해서 디자이너가 팀을 이끌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디자인 싱킹 프로젝트에서는 리더보다는 공감력 좋고 시너지를 만드는 역량이 뛰어난 코디네이터가 더 중요합니다.
재즈 연주에 지휘자는 따로 없습니다. 대신 각 연주자들은 서로가 합을 맞추며 서로의 장점을 파악하고 매번 새로운 하모니를 만들어 내죠. 그리고 그 과정에 관중들을 포함시킵니다. 관중들이 어떤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그들이 가진 연주 역량으로 창조해 내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각 연주자 갖는 전문성은 아주 당연한 것이죠. 이러한 면에서 재즈 연주와 디자인 싱킹의 프로젝트 수행은 유사성을 갖습니다.
+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공감의 대상입니다.
++ 존중과 지원이 성공적인 팀워크의 기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