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들은 그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행위들 중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행위를 선택하고 패턴화 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그리고 사용자는 한 번 패턴화 된 문제 해결 행위를 쉽게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성향으로 인해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과 서비스는 기존의 대안들 대비해서 더 나은 사용자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안된 제품과 서비스에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이를 그들의 생활로 받아들이는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특정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지갑을 열고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과 서비스에서 기존의 솔루션 대비 더 나은 가치가 확인되기 때문인 것이죠.
디자이너와 기획자들은 그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디자인이 고객들의 기존 대안들을 대체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 기대의 바탕에는 '기존 대비 나은 가치를 담고 있다'라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과 창작의 시간을 통해 멋진 디자인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만일 기존 대비 나은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잘 못 설정되고 잘못된 목표에 충실한 디자인의 결과물이 출시된다면, 사용자는 제안하는 디자인의 제품과 서비스를 수용하지 않고 외면합니다.
고객들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디자이너가 갖는 '기존 대비 나은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의해 디자인의 방향이 잘못 설정되기 때문인데요. 잘못 설정된 디자인 목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기존 제품의 디자인 강점을 인정하지 않고 새로움만이 강조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서비스와 제품은 그 핵심 가치가 고객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판단은 고객들의 오랜 경험을 통해 내려진 것들입니다. 물론 더 좋은 방식을 제안할 수는 있겠지만, 고객을 계몽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설사 고객들이 제안된 새로운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임을 머리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감각적으로 익숙해진 방식으로 행동하려고 하죠. 따라서 기존 디자인의 장점은 살리는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잘못 설정된 디자인 목표 설정의 또 다른 예는 고객의 디자인 선택권을 줄이는 것입니다. 고객은 자신들이 가진 문제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옵션들을 놓고 그중에 본인에게 맞는 솔루션을 찾는 과정을 즐깁니다. 사실 거의 기계적으로 스크리닝 과정을 거치게 되죠. 반면에 디자이너들이나 기획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의 하나는 고객을 고려하지 않고 임의로 몇 가지 선택지들을 없애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제안하는 디자인의 이용률이 올라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대안은 고객의 가치를 증진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디자인의 기본 사상과 맞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1>은 금요일 퇴근시간의 서울 여의도 지하철역 입구의 모습인데요. 지하철을 타기 위해 멀리서부터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는 모습입니다. 가보면 알겠지만, 여의도역의 출구에는 계단이 없습니다. 모두 에스컬레이터입니다. 에스컬레이터가 편리한 이동수단이기는 합니다만, 사람들의 가치를 언제나 올려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기존 제품과 서비스의 디자인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새로움과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의 제안은 디자인 싱킹을 통해 고객의 니즈와 페인을 깊게 이해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선적으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담은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사무실에 앉아서 디자이너들과 기획자들의 가설과 상상력에 의존한다면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죠. 디자인 싱킹의 중요한 두 가지 수행 과제는 고객 공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창의입니다. 이 중에서 깊은 고객 공감의 과정에서 고객에게 새롭게 전달할 수 있는 고객 가치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발굴된 가치가 반영된 디자인은 고객이 더욱 친밀감을 느끼고 가치를 인정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제안한 디자인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지하철이나 버스 안의 임신 여성 지정좌석이 눈에 잘 뜨이게 핑크 색으로 표시 잘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실제로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아마도 임신 여성이 없는데 굳이 자리를 비워둬야 하나? 하는 사람들도 있고, 임신 여성도 누가 앉아 있으면 굳이 일어나 달라고 부탁하는 게 쉽지 않아서 이겠지요. 다시 말해 가치 충돌이 발생하는 부분인데, 사람들 마음속의 이러한 생각들은 충분한 공감을 이루지 않으면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진#2>, <사진#3>은 부산 지하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임신 여성 지정좌석입니다. 서울의 그것과는 다른 디자인임을 확인할 수 있을 텐데요. 원리는 간단합니다. 임신 여성은 보건소에서 비콘을 부여받을 수 있고, 비콘을 소지하고 지하철을 타서 임신 여성 지정석 근처에 가면 부착된 표시등이 깜빡거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임신 여성 지정석에 앉아있던 다른 승객은 깜빡거리는 표시등을 확인하고 자리를 양보하는 방식이죠. 물론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은 보입니다만, 서울의 그것보다는 더 섬세하다고 느껴집니다. 관련된 이해 관계자들의 가치가 조금씩은 더 올라갔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정리하면, 우리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고객의 생활속으로 들어가서 미처 해결되지 않은 고객의 니즈와 페인을 재발견하는 것, 즉 고객 공감을 통해 고객이 가치를 느끼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제품과 서비스의 디자인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고객들의 말 못 할 고민을 찾아 디자인으로 말없이 해결해 주세요.
++고객 공감의 과정은 고객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