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igbratlein (독일, 뉘른베르크 / 2 스타)
첫날 뉘른베르크에 도착했을 때, 칼이 나에게 이곳에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이 있다고 하길래 깜짝 놀랐다. 속으로 뮌헨도, 베를린도 아닌 한국과 비교하자면 대구 같은 느낌의 뉘른베르크에 왜 2 스타 레스토랑이 있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어떤 곳인지 가보고는 싶었지만 파리에 3곳이나 되는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잠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곳을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갔는데, 바로 나의 ‘생일선물’이었다.
나의 19번째 생일을 독일에서 보냈는데, 생일 당일은 다들 약속이 있어서 아침에 같이 밥을 먹고 축하해주었다.
그러다 며칠 후,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며칠 동안 너무 정신이 없어서 생일을 제대로 못 챙겨주어서 미안해”라는 말과 함께 생일카드를 주며, 나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다.
속으로 ‘특별한 선물이 무엇을 이야기하는 거지, 레스토랑을 얘기하는 건가?’하며 내심 기대했는데, 칼이 내게
“첫날 내가 말한 레스토랑 기억나? 2 스타 레스토랑?,금요일 점심에 예약했으니 같이 가게 그날 시간 비워 나! "라고 하니 이게 꿈인가 싶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누가 다이닝에서 밥을 사준 적은 없었는데, 머나먼 독일에서 그것도 독일 가족에게 생일선물로 받다니,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말도 안 되게 운이 좋아 방문한 이곳은, 이전의 경험들과 완전히 다른 인상을 주었다. 레스토랑은 역사가 오래된 건물의 1층에 위치해있는데,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종을 쳐야 한다. 안에는 10개 남짓의 테이블이 있어 2 스타라는 명성에 비해서 정말 아담한 분위기였고 , 내가 간 당일은 5팀 정도 함께 식사를 했다.
안에 앉아있으면서도, 도대체 왜 2 스타를 받았는지 궁금했는데, 음식을 먹자마자 의문을 가진 나 스스로가 미웠다.
이곳의 스타일을 표현하자면
조화, 그 자체
음식을 먹었을 때 맛의 어느 한 부분이 튀는 것이 아닌, 오케스트라처럼 각자가 연주해야 할 부분에 완벽하게 연주하고, 다른 악기를 기다릴 때는 확실히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특히 평소 음식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맛의 기억'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곳의 음식을 먹고 있자니 이런 맛의 기억은 어디서, 어떻게 가지고 와서 이들의 조합을 생각해내고, 구상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걸 단순히 머릿속에 머무는 게 아닌 진짜 요리로 ‘표현’해내는 Essigbratlein 팀이 존경스러웠다.
또한 ‘채소’를 요리한다는 점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단순'할 수도 있는 맛을 ‘순수함’으로 표현했던 부분이 내가 추구하고 싶은 요리 방향과 연관성이 많아 정말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맛뿐만이 아니라 다른 외적인 부분도 ‘격'이 남달랐는데, 이런 격식 있는 서버들의 서비스,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렵지 않고, 푸근하게 다가왔다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계산서를 줄 때조차도 단순히 종이가 아닌 품격이 느껴진 그곳을 잊지 못할 생일선물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 해 준 준 칼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019.10.04
In Nuremberg, Germ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