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ort export (프랑스, 파리)
작년에 선재 스님께 사찰음식을 배울 때, 잠시 만났던 셰프님이었다.
당시 셰프님이 한식을 배우기 위해 , 잠시 한국에 들리신 거였다. 그래서 3번 정도 뵌 후 꼭 파리에 놀러 오라는 말과 함께 다시 파리로 돌아가셨다.
이곳의 음식 사진들을 봤을 때 어떤 컨셉의 요리인지, 어떤 맛을 내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러다 이번에 파리를 여행하게 되었고, 이곳도 방문할 수 있었다. 미리 연락을 못 드리고 찾아뵀는데, 나를 기억해주시고는 저녁에 한자리 마련해놓겠다고 하셔서 한걸음에 달려갔다.
이곳의 경험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Esu lee의 요리'이다. 식당의 분위기는 물론 음식 곳곳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요리를 '행복하게, 재밌게' 하고 있다는 걸 느껴졌다.
음식들은 한식의 터치가 많이 느껴졌다. 특히 '김밥'이라는 메뉴를 먹었을 때 정말로 놀랐다. 김밥을 사랑하고, 또 평생 김밥을 먹어왔지만, 이렇게 표현해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먼저 리조토를 만들고, 이를 가지고 부각을 튀기듯 튀긴 후, 속에 문어를 채워 넣어 이곳만의 김밥을 만들었다. 더 재밌었던 건 이게 진짜 '김밥의 맛'이 났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인 나에게도 신선하고 충격적인 음식들이었기에, 왜 이토록 파리지앵들의 사랑을 받는지 조금이나마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끝나고 셰프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이때 나의 몇 가지 질문에 대답을 해주신 게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오셨고, 이곳까지 걸어오셨을 때 후회한 적은 없으셨나요?"
“20대는 정말 미친 듯이 일만 했어요. 맞아가면서도 했죠.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나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거든요. 매 순간 이 생각을 잊지 않는다면, 적어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셰프님이 생각하시는 행복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행복이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때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소중한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이중에서도 내 가슴속 깊이 와 닿았던 부분은 셰프님의 마지막 이야기였다.
“플레이팅을 더 화려하게 하고 멋들어지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린 그렇게 하지 않아요. 손님들에게 편하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이 시간과 장소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값진 조언까지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요리할 때마다 가슴에 새겨나가길 바란다.
2019.07.19
In Paris, Fr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