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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 Dec 13. 2019

피라미드 앞에서 든 '생각'

<이집트 - 카이로>  시민의식의 차이가 국가의 차이다.

유럽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도착한 이집트의 첫인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냄새나고, 더럽고, 질서가 없다. 남미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내다 보니 남미랑은 결이 달랐다.


도로에 신호등이 없다, 하지만 하루만 지내보면 이유를 알게된다.  있어도 안지킬것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지금 봐도 웅장한 피라미드를 4000년 전에 지을 만큼 장엄한 문명을 가졌던 이들이,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사기를 치고, 정치적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걸까?


한 번이라도 피라미드의 사진을 봤더라면, 이곳은 당신의 가슴속 버킷리스트에 올라갔을 것이다. 나도 정말 손꼽아 기다렸는데, 피라미드를 직접 마주한 순간 그 웅장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지금 봐도 대단한데, 4000년이라는 세월을 더하면 웅장함은  '위대함'으로 변한다.

스핑크스와 투샷



이토록 위대했'던' 피라미드는 지금 사기꾼들과 무질서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런 위대함과 비루함이 함께 공존하는 그곳에서 나의 의문은 폭발했고, 그곳을 천천히 걷다 보니 나에 의문에 조금은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시민의식'

이곳의 삶에서 3 무를 느꼈다. 규칙이 없고, 배려가 없고, 존중이 없다. 한 예로 아이들이 거리에서 자라고, 차를 몰고, 담배를 사도 그 누구도 이게 옳은 일인가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고, 그 누구도 변화하려 하지 않는 듯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이들이 한 국가의 일원이 되었을 때가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 평생 그들이 보고 자란 것은 무질서이기에, 큰 변화는 일어나기란 어려울 것이고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다.


 수천 년을 거슬러 파라오의 시대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한국전쟁의 직후의 이집트는 우리보다 잘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차이가, 지금은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었다고 느껴졌다.


( 이 뜻이 우리나라는 너무 대단하고, 이집트는 별 볼일 없다는 뜻이 아닌, 경제적 수준, 삶의 수준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그 차이의 원인에 대해서 한 가지 많은 꼽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내가 이곳에서 가장 와 닿게 느낀 것이 바로 '시민의식'이었다.)

눈 앞에 나보다 큰돌들이 하늘 높은지 모르고 쌓여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말을 했다.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한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전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 부분이 떠오른 건 , 드디어 내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 걸고 쟁취하려고 했던 '참정권'. 즉 국가의 한 일원으로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정치의 세계에 첫 발을 들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본 한국사회의 정치적 현주소는 참 암담했다.


한 예로 청소년의 참정권을 들 수 있을 것이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선거나이가 만 19세인 우리나라의 참정권 연령을 낮추는 것에 대한 찬반 논쟁이 거세다. 그런데 찬성과 반대를 하기 전에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느꼈다.


참정권이 단순히 종이에 도장을 찍는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을 통해 정치란 무엇인지 배우고, 자신의 입장을 가지며 , 국가의 한 일원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12년간 대한민국의 정규 교육을 받으면서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며, 토론할 기회는 적어도 내 경험에서는 없었다.


참정권을 주냐 마냐에 대한 토론을 할 때가 아니라,  학교와 국가가 앞장서서 정치란 무엇이고,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다고 한다. 우리가 그곳을 떠나거나, 그곳을 우리 마음에 들게 바꾸는 것이다.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무조건 한국에 살아야겠다는 마음은 없을 것이다. 이곳이 마음에 안 들어 떠난다고 하더라도, 정말 후회 없이 떠나고 싶다. 그래서 요즘 정치와 역사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고, 그전에 최소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행동해보려 한다.


 훌륭한 국가란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라는 말처럼 , 훌륭한 국가, 훌륭한 시민의식은 절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특히 우리 20대 스스로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질문하고, 무엇을 행동해야 할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2019. 10. 26

In Cairo, Egy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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