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다시 시로 피어난다

“상처는 시가 되고, 시는 다시 나를 살린다”

by 곽의영

청춘은 다시 시로 피어난다


글 / 곽의영


사람마다 인생의 단절점이 있다. 나에게는 IMF 외환위기가 그랬다. 하루아침에 무너진 사업, 손에 쥔 것은 빚뿐이었다. 그때 내 청춘도 함께 꺼져버렸다. 그러나 그보다 앞선 1995년, 내 나이 마흔에 늦둥이 딸이 태어났다. 작은 손, 여린 울음, 그 아이의 존재가 내 삶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사업이 쓰러지고 사람의 관계가 흩어져도 그 아이의 미소 하나가 나를 다시 일으켰다. 그때 처음 알았다.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건 돈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걸.


그 후 세월은 흘렀고, 2019년 3월 서른다섯 살의 아들은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세상의 소리와 빛이 모두 멀어지는 듯한 고요 속에 갇혔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에서 시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눈물 대신 글을 쓰고, 그리움 대신 단어를 놓으며, 나는 조금씩 다시 살아났다. 시는 나에게 상처를 덮는 붕대가 아니라, 상처를 견디게 하는 숨결이 되어주었다.


이제는 고희의 문턱에 섰다. 그때의 눈물이 오늘의 시가 되었고, 딸의 웃음은 내 문장 속에서 자라났다. 청춘은 잃은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어 내 안에서 다시 피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2025년 수능시험 필적확인란에 적힌 글귀를 본다. 시 〈하나뿐인 예쁜 딸아〉 중에서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그 한 줄이 내 지난 세월을 다 품어주었다. 그 문장 속에는 내 청춘도, 내 사랑도, 그리고 내 아들도 함께 있었다. 청춘은 끝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이들의 내일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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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청춘은 나이에 있지 않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다시 걷는 용기, 그 한 걸음이 곧 내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