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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영 May 07. 2020

흐르는 강물처럼...


몰래한 사랑이 아니라 몰래 간 여행이었습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소문내고 여행가는 것이 웬지 불편한...

그러나...행동조절이 어려워 가족이 지치고 주변사람들이 지쳐 힘듬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돌봄'의 실현을 위한 사업이었는데 제한된 공간에서의 '돌봄'이 힘겨웠던 끝자락에 우리는 떨치고 몰래 떠났습니다.

아주 갑자기, 그러나 그런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었습니다. 마침 매일 맛난 점심을 챙겨주시는 주방선생님이 운영하시는 강원도 평창의 펜션을 우리를 위해 비워 두셨다는 제안을 받고 그간의 보이지 않은 감옥살이에 염증이 느껴졌던지 무조건 떠나자 했습니다. 물론 우리 어린이 김 ** 이가 어린이기 때문에 어린이를 위로한다는 명분 또한 충분했지요. 우리 김**이는 물을 너무나 무서워하고 싫어해서 지난 여름휴가를 단체로 망친 일이 있으니 늘 눈치를 보며 살폈던 결과 계곡이 있는 산속은 괜찮겠다 결론을 냈고 그래서 용기도 생겼습니다.


수줍은 현수막은 어쩔 수 없고 두 언니의 각자 도생... 어른들은 늘 많은 질문을 하지만 시크한 그녀들... 언니들은 우리의 질문을 늘 뭉갭니다. 그래도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마는 강단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도착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너무 놀라웠습니다. 이렇게 넓고 아름다운 곳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흘렸을 땀과 수고에... 그리고 이 넓고 아름다운 곳을 우리를 위해 비워 두었다는 사실에 감개무량했습니다.ㅠ.ㅠ 

언제나 껌딱지... 오**이와 최** 선생님... 그들의 영혼은 음악으로 교감합니다. 우리 오**이는 한번 들은 노래의 가사를 바로 입력해 버리는 CPU 대장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가사와 음정 박자를 외워버립니다. 전생에 암기가 뛰어나 마을의 모든 사람들의 일을 외워서 처리했던 족장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데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오**이를 걷게 하는데도 오**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것은 바로 '음악'입니다.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오**이는 음악의 신 중에서 그의 음악성을 질투해서 그 능력만 빼고 나머지의 기능을 무력화 한것이 아닐까 싶은... 말하자면 음악 천재라는 얘기입니다.

어스름한 밤이 찾아오자 야외놀이의 압권인 바베큐 파티가 시작되고 어느 절에서 얻어 왔는지 모를 커다란 가마솥 화로에 아낌없이 장작을 넣어 주변을 밝혀 주신 캠핑장 사장님... 오** 아버님께서는 뒷산에 잠깐 가시더니 이름모를 약초와 봄의 새 순을 따서 즉석 무침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한번 맛보라는 그 맛이 너무 강렬하고 잊지 못해 바로 파티가 시작되었지요. 챙겨간 노래방 마이크, 조명 등이 모닥불 보다 강렬하게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오**이는 마이크를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지 못했습니다. 마이크를 너무나 사랑한게지요...ㅋㅋ

심지어는 마이크에 고추장까지 떨어뜨릴 정도로 애정하며 목청껏 노래를 불렀지요. 

  우리는 그동안 쌓였던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서 서로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 캠프는 아이들이 우리를 델꼬온 것이고 우리는 묻어가는 것이라고...누가 누구를 위로하고 도와주는지 모르겠다고... 아이들은 모처럼 해방구를 만났습니다. 무제한 바베큐와 그동안 허용 불가 음식인 탄산음료도 무장해제된 그야말로 먹거리 해방구였습니다. 유기농 따위는 개나 주라는 듯...ㅋㅋ 정말 잘 먹더군요. 우리의 지론은 잘먹고 잘 놀아야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모두들 신나게 먹고 신나게 서로를 위해주는 아름다운 봄밤...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주 조촐하게 치뤄진 공동모금회 사업인 발달장애인 가족돌봄 캠프... 그래도 이름은 제대로 해야겠다 싶어 사진 한장 찍었습니다. 평창의 환경이 너무 아름다워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지 못함을 아쉬워했습니다.

아침 식시는 모두 3~4회씩 누룽지, 물만두, 떡뽁기, 라면, ...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은 다 먹었습니다. 

간밤에 쉬 펑!!! 을 해서 모두를 당혹하게 했던 **이가 집에 가자고 하니 안간다고 뽀루퉁해져 있습니다. 반드시 여름에 다시 오자고 달래었건만..급기야는 울음을 터트리더군요ㅠㅠ... 집 떠나면 늘 불안하고 힘들어 했는데 물 근처는 가지도 않을 것 같았는데... 계곡 가까이로 오고, 멀리서 사람들을 바라보며 연신 먹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가끔 소리도 지르고..누군가 잔소리 한마디 없으니 마음이 편했는지 막상 집에 가자고 하니 안간다고 울고 불고...소리도 치고 그러더군요... 

우리 어린 시절... 외할머니 댁에 갔다가 집에 가자고 하면 안간다고 울거나...친척분들..이모나 고모가 오셨다 가며 무한사랑에 감동하여 헤어지기 싫어 몰래 작은 방에서 울었던 것 처럼 그랬던 거 같습니다. 김**이는 요즘 25개월 같은 모습을 보이며 그렇게 세상의 사물을 다 만지고 경험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평창 '사라의 정원'펜션에서 행복하게 계곡 물에 배를 맡겼던 뭉치와 그의 친구...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하던 이들과 사람이 있어 함께 모인 캠프힐마을 '도토리 하우스'... 

그동안 코로나로 눈치보며 어찌해야 하나 걱정하다 많은 준비 없이 갑자기 추진한 1박 2일 힐링여행...

저는 2015년 부지 매입하고 박터지는 고난의 시간 끝에 맞이한 봄날의 여행이었고, 하우스 가족들은 올해 코로나로 봄을 잊었던 시간을 보상받았던 시간이었고, 이런 시간이야말로 '힐링.. '무엇인가를 회복해 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는 어떤 것도 잡을 수 없고 어떤 것도 담을 수 없는 존재라는 매우 원초적인 한계와 내려놓음을 평창의 아름 다운 계곡 그리고 그 아름다운 사람들이 마련해 놓은 그 속에서 잠시 쉬어가는 '쉼표'를 제대로 찍도 돌아왔습니다. 벌써 멀리서 소쩍새가 솥이 적다고 울어대는 밤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npUF6PvS1M

우리 김**이가 예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흰수염 고래입니다.^^ 가사...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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