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 그러나 작은 인생은 아니었다

직함이 사라진 후에야 보이던 것들

by 열정후니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팀장에서 내려온 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위로도, 설명도, 변명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사실만 남았다.


앞으로 나는 후배 팀장 아래에서 일할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

사람들은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답했다.

하지만 ‘괜찮다’는 말은

대부분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 위에

가장 먼저 얹는 말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마태복음 25장 21절을 다시 읽게 된 건

이 변화가 마음속에서

조용히 가라앉지 않던 어느 밤이었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이 구절의 ‘작은 일’이

지금의 내 자리를 그대로 가리키는 것 같아

잠시 책을 덮었다.


예전에는 결정하던 사람이었고,

지금은 지켜야 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묵상은 그 지점에서 멈추지 않았다.

작은 일은 하찮은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의 믿음과 인격이

가장 또렷이 드러나는 자리였다.

권한이 없을 때도 태도를 지키는 일,

경험을 앞세우지 않고 물러서는 선택,

억울함 속에서도

조직을 무너지게 하지 않는 하루.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 이 시간들이

어쩌면 하나님 앞에서는

가장 중요한 충성일지도 모른다.


말씀은 이렇게 이어진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이제는 안다.

‘많은 것’이 반드시

직함의 회복만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권한 없이도 신뢰를 얻는 법,

말이 아니라 삶으로

영향력을 남기는 법을

나는 지금 배우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 앞에서

나는 오래 머문다.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회사에서는 더 이상

불리지 않는 이름일지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여전히

그분의 기쁨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는 선언.

이 말씀이

오늘의 나를 다시 일하게 한다.


나는 지금

작은 일의 자리에 서 있다.

그러나 그 자리가

작은 인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믿으며

오늘도 조용히 하루를 살아간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작은 일’의 자리에서 하루를 버티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