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내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문장이 하나 있다. 바로 "오히려 좋아"이다. 안 좋은 일이 발생하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을 생각해 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책이 안 서면, 일단은 "오히려 좋아."를 외쳐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외치고 다른 걸 하다 보면 어느새 일이 자연스레 풀려있기도 한다.
하루는 가족들과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나는 아무거나 먹을 바엔 차라리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할 정도로 음식에 진심인 편이다. 그래서 여행 가기 며칠 전부터 눈에 불을 켜고 맛집을 찾아놓았다.
골목골목마다 차가 빽빽이 주차되어 있는 인천 개항장 거리를 몇 번을 빙빙 돌다가 겨우 주차를 했다. 안 그래도 미리 찾아놓은 꿔바로우 맛집이 주차공간과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걸어가느라 굉장히 피곤하고 허기가 졌다.
멀리서부터 정문에 대문짝만 하게 흰 종이가 붙어있는 것이 보였다. 쎄한 느낌을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설마는 사실이 되었다. 긴 불황을 견디다 못해 가게문을 영영 닫는다는 안내가 종이에 선명하게 써져 있었다.
공복에 굉장히 예민한 나는 표정을 사정없이 구겼다. 카카오맵을 켜서 플랜 B로 찾아놓은 다른 음식점을 찾아보았지만, 지금 우리가 위치한 곳과 거리가 꽤 멀었다. 엄마는 몹시 지쳐있는 날 위해 근처에 있는 중국집이라도 가자했다. 다리 아프도 배도 고팠지만 "오히려 좋다"며 이 일대를 구경하면서 다른 음식점을 찾아보자고 애써 말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차이나타운 정문이 보였는데 정문을 들어가기 직전에 왠지 익숙한 가게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가 학생 시절 친구들을 따라 몇 번 갔었던 중식당이었다. 따라가기만 해서 정작 이름은 몰랐던 곳인데, 이렇게 우연히 찾게 되니 너무나도 반가웠다.
우연히 들어간 중식당은 대성공이었다. 오랜만에 먹었는데도대표메뉴인 크림새우는 여전히 맛있었다. 튀김옷 속 새우는 촉촉하고 살이 통통했다. 크림소스는 무척 진하고 달달고소했지만 끝맛은 깔끔해서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어찌나 맛있었는지 동생은 남은 소스에 뭐가 되었든 다 찍어먹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역시 마음의 여유로움은 탄수화물에서 나온다는 말이 맞았다. 공복이 해결되니 그제야 내 위장만큼이나 가득 행복해졌다. 생각해 보면 항상 모든 일이 내 생각처럼 잘 흘러가는 경우는 없었다. 이날도 갑자기 서치 해놓은 맛집이 폐업할 줄 전혀 몰랐다.
그런데도 어떻게 해서 찾은 맛집은 그야말로역대급이었다. 최악의 상황이라 생각했는데, 최악은 상황이 아니라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려 했기 때문에 이 크림새우 맛집을 찾은것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언제나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항상 잘못된 길로만 가는 것도 아니다. 어떤 상황이 와도 이미 일어난 일에 연연하지 않고 또다시 나만의 행복을 찾아나가는 것에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행복의 기준을 외부 요인에 맞추지 않고 마음을 편하게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비록 계획은 어그러졌지만 추억의 크림새우 맛집을 우연히 발견해 낸 오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