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서른 하나
인생에 깊이가 깊어지는 데에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이 제 발로 찾아오면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나이 들어있을 뿐. 하지만 얼마나 좋은가, 젊음은 내 곁을 떠나고 있지만 깊은 성숙이 나에게 도래했음이. 진짜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게 무엇인지 느끼지 못한 채로 세상의 기대와 요구에 맞춰서 살았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치 먹구름이 모두 지나간 푸른 하늘을 보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 든다. 맑은 날 더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듯이 내가 가고 싶은 길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곽정은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포르체,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