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이 책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진 상태였다면 이번 독서 모임은 지원하지 않았을 정도로 읽는 내내 괴로웠다.
완벽한 아이라는 책 제목이, 완벽한 아이를 '만들기' 위한 아버지의 철저한 계획 아래 자행된 아동폭력을 담았다는 걸 몰랐다.
아이에게 자신의 목표를 강요하는 걸 넘어 술을 마시게 하고, 치료한다며 상처에 알코올을 붓고, 강하게 키우겠다며 지하실 어둠 속에 가둬두고, 힘든 노동을 도맡아 시키고, 성폭력을 방치하는 상황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훈육 방식이자 엄연한 폭력이었다.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소녀의 탈출을 기대하는 마음에서였다. 받은 폭력에 비해 아이의 반항은 너무 하찮았으며 그 하찮은 행위 속에서도 기쁨을 느끼는 아이를 보며 괴로웠다. 통쾌한 복수가 아닌, 아버지가 편안하게 죽는 결말조차 이 책이 소설이 아닌 실화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거 같아 마음이 아팠다.
책을 읽는 내내 비슷한 류의 폭력을 먼저 당한 엄마는 왜 폭력에 동조했는지,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다. 또한 모드(주인공)가 그 시간들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나 궁금했다. 참고로 주인공은 동물에게 마음을 주고, 책을 읽으며 살아갈 용기를 얻고, 제2의 자신인 ‘마틸드’를 만들어 반항하며, 짧은 글을 쓰며, 악기를 연주하며 버텨나간다.
독서모임 친구들은 모드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렸다. 난 '기약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이해했는데, 탈출(이상향)과 거리가 먼 현 상태에서 오는 두려움, 혹은 단순 공포로 읽혔다고들 했다.
모드가 그 상황을 어찌 극복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토론하던 중, 내가 놓친 부분이 나왔는데 바로 '상상'이었다.
"꿈에 자꾸 끼어드는 기억을 끊어내기 위해 나는 별채가 달린 나만의 성을 지어본다. 나는 더 이상 죄수가 아니고 그 성의 주인이다. 방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내가 느끼는 욕구들을 충족하려 해 보고, 혹은 나를 괴롭히는 심리적 거부반응을 해결해보려 한다. 이런 방식으로 문제 하나하나에 가장 적합한 수단을 찾아낸 뒤 그것을 치료제 삼아 문제의 한가운데 투여한다" p.320
<완벽한 아이>를 통해 철저히 깨달은 게 있다면, 하나의 인격체를 내 마음대로 키운다는 건 자만을 넘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렸을 때 경험했고, 어쩌면 이제는 우리 자신이 행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어른의 권력’을. 과거에 갇히지 않으려면 우리는 필사적으로 좋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저자의 추천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