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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멘 Feb 08. 2022

시절인연

개 같은 서른 하나 

 



 올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 있다면 ‘시절 인연’이다. 작년에 매일같이 연락했는데 올해는 한 달에 한 번도 연락 안 하고, 그리 가깝지 않았는데 매일같이 연락하는 친구들이 있다.      


 한때는 서운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붙어 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새벽 2시에 집에 갈 때면 각자 집 앞에서 한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안경 쓴 모습도 닮았고 어쩌다 대학교까지 같이 가게 돼 쌍둥이처럼 붙어 다녔다. 


 그러다 어느 날 이유 없이 멀어졌고 난 다른 친구한테 왜 우리 사이가 이렇게 멀어졌는지 모르겠다고 징징댔다. 차라리 싸운 거라면 풀기라도 할 텐데 자연스레 멀어진 사이는 어찌해야 할지 원.


 당시 친구는 내게 말했다.      

“흘러가는 인연으로 내버려 둬. 나도 A랑 엄청 친했는데 

지금은 B랑 더 친해. 싸우지 않았다면 나중에 다시 가까워지더라”      

스물세 살이었나?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어 넘겼다.     

 

 그 의미를 이제야 제대로 알겠다. 가깝다고 생각한 친구가 무리 중 나에게만 모바일로 청첩장을 줬다. 

우연히도 그 주 다른 친구는 내게 축사를 부탁했다. 서로가 생각하는 관계의 정의가 다를 수 있구나.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던 9월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수많은 시절 인연을 스쳐왔다. 해외 여행을 함께 갔던 동기들과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고, 고등학생 때 친하던 친구들의 결혼 소식을 뒤늦게 듣는다. 정작 취업 준비할 때 별로 안 친했던 스터디 모임 친구들과는 아침에 눈 떠서 자기 전까지 카톡을 나눈다.         

  

 20대 초반 쓸데없는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광고 동아리, 기자단, 토론 동아리, 사물놀이 동아리, 기독교 동아리, 교회 봉사 등 하는 게 너무 많고 알게 된 이도 많아 ‘나중에 내 결혼식에 이들을 다 어떻게 초대하지’란 고민. 지금은 거의 연락이 끊겨 과연 내 결혼식에 하객이 얼마나 올지 걱정되는 수준이니 우습다.    

  

 아직도 가까웠던 사람과 멀어지면 이유 모를 배신감에 속앓이하지만, 지금은 지금의 내게 맞는 인연들이 옆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시절 인연이 찾아오겠지.    

  

 시절 인연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ps. 에세이 '개같은 서른 하나'의 '시절인연'에 대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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