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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멘 Feb 14. 2022

4년 차 직장인

개 같은 서른 하나 _ 일 

           

    

            

 나를 소개하는 문장이 바뀌었다.      


 ‘기자 4년 차’가 아닌 ‘직장인 4년 차’로. 평소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던 내가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직업을 숨기는 데에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쪼그라들어서다.      


 2017년 11월 15일. 부푼 꿈을 갖고 입사한 지 만 4년이 지났다. 더 이상 새로울 것 없고, 가슴 떨리는 일도 없는 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이야. 이런 감정은 한 10년 차에 오는 줄 알았다. 

     

 간절히 기자가 되고 싶었다. 3년을 준비했다. 일을 시작하고 처음엔 내가 취재한 일을 온전히 내 이름으로 보도할 수 있는 게 좋았다. 비판하고 보도하면 바뀌는 게 좋았다.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데 일조한 것 같단 자부심까지 느꼈다.      


 마이크가 필요해 나를 찾으면 사명감이 들었다. 다른 곳보다 먼저 소식을 전하면 능력자가 된 듯 기뻤고, 연차가 쌓일수록 ‘이 분야는 김 기자가 잘 아니까’란 말에 취했다.      


 균열은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찾아왔다. 언제 온 지 모를 만큼 살며시 내 옆에 와있었다. 일하다 문득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멍해졌다. 출입처 일정으로 가득 채워진 달력을 보다 ‘현타’가 왔다. 친구들과 연봉 얘기를 하다 보면 나만 다른 나라에 사는 것 같아 외로워졌다. 퇴근 시간 상관없이 보고하고 기사 쓰던 나는, 오후 4시부터 슬슬 퇴근 시간을 재고 있었다. 평소보다 투덜거림이 잦아진 것만 봐도 나는 변했다.    

  

 비슷한 또래가 모인 독서모임에서 직장에 대한 회의를 나눴다. 한 친구는 지금 하는 일보다 가슴 뛰는 일을 찾았기에 당장 그만둘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다른 친구는 당장 새로운 일을 시작할 만큼 가슴 뛰는 일을 못 찾았고, 다른 일을 시작하면 지금의 월급만큼 받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원래 일에서 재미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미는 일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론이다.


 다 맞는 말이었고 공감됐기에 난 고개만 열심히 끄덕였다. 되려 친구들은 나를 위로했다. 지난 4년 동안 이런 고민 없이 살아낸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했다.      


 맞다, 예전에는 이 정도 위로에 힘이 났다. 기자 관련 영화만 봐도 정의감에 불타올라 움직였는데 오늘은 아니다. 월요일인데 힘들고 화요일인데 화가 난다.      


 난 이제 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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