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서른 하나 _ 일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일을 시작한 뒤로 욕이 나올 것 같으면 칫솔에 치약을 묻혀 조용히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양치질을 시작했다.
식후 양치는 건성으로 하지만, 그때만큼은 최대한 오래 꼼꼼히 구석구석 닦았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볼 요량으로. 내 입속에 남은 나쁜 균들을 파멸시킬 각오로.
아마 욕이 하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회사에서 혼잣말이라도 욕을 해서는 안 됐고, 비흡연자인 난 담배를 피울 수도 없으니 찾아낸 게 양치였다. 화장실은 도피처로 안성맞춤이었다.
분노에 차서 나올 상스럽고 처절한 욕이 내 입을 더럽힐 거 같아 닦았다. 평소에 닦지 않던 혀까지 아주 박박. 한참 이를 닦다 울기도 했다. 왜 눈이 빨개졌냐 하면 양치하다 잇몸을 찔러서 눈물이 났다고 하면 된다는 어리숙한 핑계도 만들었다.
첫 회사에서, 내가 사회초년생이었을 때, 정말 자주 이를 닦았다. 그곳에서 머문 시간은 2년 남짓이었지만 내게 10년 같았다. 매일매일 상사들의 눈치를 보며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A를 알아 와서 보고하면 B는 왜 안 챙겼냐고 했다. C를 하고 있으면 D는 관심 없냐고 했다. 말을 참 상처받게 했고 모든 의지를 꺾어놓고 마는 화법을 가진 이였다.
그래도 내가 나간 뒤 십여 명이 몇 개월을 못 버티고 나갔다는 소식을 들으며 씁쓸하고 또 자랑스러웠다. 사람들은 뒤늦게 내 인내심을 높이 샀다. 맞다, 난 그렇게 동기 하나 없는 첫 직장에서 이를 닦으며 1년 10개월을 버텼다.
갑자기 양치질이 떠오른 이유는 오랜만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맡은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내 판단과 다른 지시가 내려왔고, 쓰던 기사가 다른 곳에서 먼저 나왔고, 예약하려던 신발은 재고가 똑 떨어진 아주 거지 같은 하루.
뜻대로 안 풀리는 일들에 어쩔 줄 몰라하던 나는 칫솔에 치약을 묻혀 화장실로 갔다. 정말 오랜만에 눈물 맺힌 분노의 양치질을 하며 때아닌 추억에 잠겼다. 그리고 그때의 나를 위로했다.
그때 버텨서 지금 남이 아닌 자신의 기대치에 분노해 화내는 4년 차가 됐구나. 자기 파괴적이지 않은 습관을 들인 것도 잘했다.
애썼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