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서른 하나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내게 독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상대만 생각하면 화가 나고 그 화에 잠식돼 기회 되는대로 험담하고 있는 모습은 내가 봐도 정말 끔찍하게 못났기 때문이다.
미워하는 감정은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 싹을 잘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처음엔 말이나 행동이 조금씩 마음에 안 들었고, 반복되는 특정 행동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고, 주변에 그 사람에 대한 험담이 대화의 반 이상을 차지했을 때쯤엔 이미 미운 감정이 자리 잡은 뒤였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찾기 어려운데 누군가를 미워하는 이유를 찾는 건 참 쉽다.
인스타 스토리에 올린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지인들은 각자의 방법을 공유했다. ‘그 사람과 최대한 거리를 둔다’라는 거리두기형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미운 감정을 인지하고 이유를 파헤친다’, ‘너는 너 나는 나라고 생각한다’, ‘미워하는데 쓰는 내 시간과 감정을 아까워하며 최대한 장점을 생각한다’ 등이 나왔다.
‘미워하는 감정이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상대를 미워한다’는 감정 소모형은 신선했고, ‘내가 미워할 때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할 거다’라는 자존감 가득 찬 답변까지 나왔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살인하는 것과 같다는 성경 구절 때문에 미워하는 감정 자체를 죄악시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미운 걸 어떻게. 이미 미운 감정이 생겨버렸는데 어떻게 하냐. 세상에는 잘못된 행동인 줄 알면서도 하게 되는 일들이 있잖아. 주로 이성보다 감정이 앞설 때 그리되는데, 다행히 아직은 이성이 앞서는 상태라 기도하기로 했다.
하나님, 부디 제게 사랑하는 마음을 넘쳐나게 주셔서 미움을 사랑으로 덮어버릴 수 있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