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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멘 Dec 11. 2022

5년 전과 같은 가방을 샀다.


출근 가방이 해졌다.

아마 첫 입사하고 얼마 안 돼서 구매했을 거다.

노트북이 담기고, 직장인 착장에 어울리는 가방을 찾았다. 기자회견장에서 같은 가방을 메고 있는 기자들을 볼 때면 '내가 잘 샀구나' 싶었던 유일한 아이템이었다.


문득 마주한 가방 손잡이 부분이 많이 뜯겨있었다.

옆주머니 테두리 부분도 벗겨져있었고, 가방이 전체적으로 후줄근한 느낌을 줬다. 가방을 바꿀 때가 되었다.


며칠 밤을 '직장인 가방'을 검색하며 보냈지만 이 가방처럼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결국 태어나 처음으로 같은 가방을 또  하나 샀다. 기다렸다는 듯 새로 주문한 가방은 하루 만에 배송 완료됐다.


가방이 담겨온 박스크기보다 놀라웠던 건 가방의 탄력성이었다. 가만히 세워둬도 팟팟하고 탱탱하게 버틸 수 있는 가방이었다니... 안에 내용물이 없으면 숨 죽어있는 가방이 원래 저렇게 힘 있는 가방이었다니.


시간이 지나도 같은 걸 구매하는 심리에 대해 생각해봤다. 가방 자체가 좋으니 시간이 지나도 새로운 것으로 또 사는 것. 어쩌면 퇴사와 이직을 고민하는 내게, 본질적으로 좋아하는 건 바꾸지 않고 상황만 새것으로 바꾸라는 뜻인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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