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종일 좀 우울했다. ‘지난해 직장인 세전 연봉이 평균 4000만 원을 넘어섰다’는 기사 때문이다. 평균이라는 건 중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남과의 비교에서 자유롭지 못한 성격 탓에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부모님이 고생해서 서울 4년제 대학 보내 놨더니 직장인 평균 치선에서 겨우 허덕이고 있는 수준이라니, 불효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유난히 일하기 싫었다. 점심값으로 나간 9000원과 커피값으로 나간 5000원이 눈에 밟혔다. 밥 한 끼에 2만 원 가까운 돈이 훌쩍이다. 이틀 동안 장바구니에 담아 놨다가 결제한 신발과 가방을 환불해야 하나 고민했다. 버는 건 평균치에 못 미치는 내가 쓰는 건 연봉 8000만 원처럼 쓰고 있다. 갑자기 월급이 어떻게 빠져나가고 있는지 뜯어봐야겠단 결심까지 생기며 혼자 부산스러웠다.
저녁에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났다. 언론인 준비생 시절부터 같이 했던 친구라 꿈도 살아가는 패턴도 비슷했다. 우리 둘 모두 목표했던 주요 언론사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 주변부에서 일하고 있다. 초년생 시절이 지나자 이제는 지금의 회사에서 어떻게 이직할지, 대학원을 갈지, 책을 낼지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친구는 지금까지 인터뷰한 이들을 모아 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보통 자신의 취재물을 묶어 책을 쓴 다음, 뒤이어 쓰고 싶은 책을 쓰는 경우가 많다.
난 기존에 다루던 분야와 아예 다른 분야로 와버려 취재물로 책을 내는 건 무리였다. 대학원을 가고 싶을 만큼 공부하고 싶은 분야도 없고, 이직한 지 얼마 안돼 기력도 없다고 말했다. 친구는 자기가 책을 쓴 뒤에 출판사를 소개해줄 테니 글을 계속 써보는 게 어떻냐고 말했다. 이어 자기 친구는 회사원인데 운동에 관심이 생겨 체육 관련 대학원을 갔다고 했다. 나도 뭔가 관심분야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최근 테니스에 빠져있다며, 운동을 싫어하던 자기가 자발적으로 새벽에 일어나 테니스를 나가게 될지 몰랐다고 했다. 지금은 일상복이 아닌 운동복을 더 많이 산다고도 했다. 테니스를 하기 전에는 이 월급으로 어떻게 평생을 살아야 하나, 직장생활은 왜 이리 마음에 안 들고, 서울에서 붙어살기 힘들다는 고민만 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좋아하는 운동이 생기다 보니 그런 건 하등의 고민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말이면 친구들하고 어느 코트에 가서 운동을 할까 고민이고, 신혼인데도 불구하고 이달 말에 제주도 테니스코트로 원정연습을 하러 간다고 했다. 자신들을 자칭 테니스에 미친 사람들 ‘테친년’이라 부른다고 했다.
대화 중 뭔가 해보고 싶단 마음이 생겼다. 이런 감정은 2년 만이라 반가웠다. 나도 지금의 월급과 불평을 던지고 미쳐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아직 그런 건 없지만, 무언가 행동으로 옮기고 싶어 다이어리를 사기로 했다. 그 기분이 좋아 이날 저녁은 내가 샀다. 집에 오는 길, 다시 한번 나의 소비습관을 돌아보며 내년 다이어리 첫 장에는 소비계획을 적어보기로 했다. 갑자기 활력 한 숨이 불어온 듯 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