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일기] 딱 1년만 잘 살아보자고 마음먹은 이유
팀장이 되고 난 뒤 면접장에 자주 불려 들어간다.
본부장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에 부장, 왼쪽이 내 자리다. 신입을 보고 질문하는 건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데 경력을 보는 건 여전히 낯설다.
최근 지역본부 경력직원을 뽑는 면접에 들어갔다. 이력서를 보는데 기시감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메인 언론사에서 일한 경험은 없지만 차근차근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게 느껴졌다.
내가 즐겨 쓰던 자소서 내용과도 비슷했다. '1인분 몫 이상을 해낸다'는 류의, 콘텐츠로 증명되는 성실함의 흔적들에 눈길이 머물렀다.
최연소 팀장 타이틀을 쥐었다는 부분에선 동질감이 들었다. 작은 조직에서 과도한 부담감을 견디며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는 게 보였다.
왜 우리 회사 지역본부에 지원했는지 물었더니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심란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면접자의 모습이 몇 년 뒤 내 모습이 아닐까 잠시 상상이 됐다.
마침 2세를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직을 하려면 지금이 마지막 순간이 아닌가 싶다가도, 이직하면 지금 회사에서 쌓아둔 신뢰를 기반으로 누릴 수 있는 안정과 여지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건 아닌지 갈팡질팡 중이다.
이런 저러한 고민이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새어 나왔고, 언니들은 내게 말했다.
우리가 아무리 계획할지라도 우리 힘으로 안 되는 것들이 있으니 지금 시기에 해야만 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으라고.
2세 계획이 있다면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갖는 게 맞고, 경력에 대한 기회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니 후순위로 미뤄도 된다고.
또 언니는 아이를 키울 때 5년 앞으로 바라보면 힘이 빠져서 '당장 1년만 잘 살아보자'라면서 한 발짝씩 나아간다고.
그 말을 들으며 깨달았다.
나는 인생의 5년 치를 한 번에 살려고 애쓰고 있었다는 걸. 경력도, 아이도, 미래의 나도 동시에 지켜내려다 보니 지금의 나는 계속 흔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걸.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본다.
적어도 올해만큼은, 딱 1년만큼은
무너지지 않고 살아내는 쪽을 선택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