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증명하지 않는 연습

아무 말도 안 해도 괜찮았는데...

by 키멘

오늘 아차 싶었던 순간은 나의 쓸모를 증명하려 했던 순간이다. 보통 이런 때에는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거나, 괜히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현장에서 취재원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다.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충분했을 텐데, ‘나도 이만큼은 알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 섣부르게 정보를 보탰다. 돌아보니 그 말은 관계를 좁히기보다는 나 자신을 설명하려는 몸짓에 가까웠다.


또 한 번은 철없는 척 행동했다. 무리에서 가장 어린 나이일 때면 나도 모르게 순진하고 밝아야 한다는 이상한 보호본능이 발동된다. ‘전 여러분의 견제 대상이 아니에요’라고 말하지도 않으면서, 태도로 먼저 손을 드는 어리광 같은 것. 아마도 아직 어색한 관계일수록, 그 오래된 습관이 더 크게 작동하는 모양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해도, 어느새 그런 태도가 먼저 튀어나온다.


곱씹어보니 이 모든 순간의 뿌리는 같았다. 인정받지 못할까 봐, 필요 없는 사람이 될까 봐 먼저 나를 증명하려 했던 마음이다. 하지만 관계는 설명으로 가까워지지 않고, 역할로 유지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자기 자리에 서 있는 태도에서 신뢰가 시작된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오늘의 ‘아차’는 그래서 실패라기보다 경고에 가깝다. 굳이 나의 쓸모를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있는 그대로 있어도 관계는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신호. 다음에는 말을 덜 보태고, 태도를 덜 꾸미며, 나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 쪽을 선택해보려 한다. 그것이 내가 배워가야 할, 가장 어른스러운 연습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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