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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EN Jul 09. 2019

나에게 호기심이 생긴 것뿐이야

늘 에너지가 넘쳤고, 흥겨웠으며, 아주 거침이 없었지.
그런데 어느 날 어느 순간부터 말을 좀 아껴야 되겠다 싶더라고.
내가 떠들어 쏟아내는 말들이 죄다 쓰레기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야.

마음과 머리를 거치지 않고, 튀어나온 말들에는 
험담부터 위로까지, 조언부터 허세까지 담겨있었더라고.

얼마간을 그렇게 떠들고 다니며 살았다고 생각하니
너무 부끄러웠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이 조심스러워졌어.  

사람이 싫었던 건 아니야. 
어떤 면에서 내가 나를 못 믿어서 그러는 거지. 
웃고 떠들다가 또 그 쓰레기 같은 말들을 쏟아내게 될까 봐. 

아직 나는 성숙되어 있지 않으니까.


누군가가 물었었어. 왜 항상 그렇게 진지하냐고 말이야.
그때 긴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냥 나와 내 삶을 진지하게 대해 보고 싶어 졌다고 말했었어. 

조금 더 말하자면
하찮은 것들에 맘을 뺏기고, 눈앞에 보이는 것만 집중했더니
가끔은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살았던 때가 있었던 것 같아서..
 
그 시절에 헛살았다는 말은 아니야.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을 거라고 믿어.

지난 20년쯤을 그렇게도 살아봤으니, 
향후 20년쯤은 조금 진지하게 살아보고 싶었던 것뿐이야.


이건 다른 말로는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살았다면
나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살아보고 싶어 졌다는 말인 거지. 

나, 
내가 있는 공간,
내가 보내는 시간
이 3가지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싶어.
그것 외에는 어떤 것도 관여되지 않도록 진공을 유지하고 싶은 거야. 

그러니까 오해는 말아줘. 
너희를 만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나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것뿐이라고. 

나를 움직이는 모든 것의 근원을 알고 싶어. 
그 깊이가 어떨지 모르지만 결국 그 끝에 내가 있을 테니 
내가 할 일은 그저 나에게 호기심을 갖는 거라고 믿어.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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