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새로운 세계와도 같아서

M.Chat 고양이 전

by 젤리J

모든 전시회가 좋았던 건 아니다. 갔다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아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전시도 있다. 전시회를 다니며 감상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숙제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전시를 좋아하고 기억하겠다는 강박 없이 흐르는 대로 두고 있다. 물론 한 전시의 감상이 고정적인 것도 아니다. 좋았던 게 싫어지기도 하고, 싫었던 게 좋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선호를 가르는 건 뜻밖에도 전시 이외의 요소일 때가 있다.




무슈샤(M.Chat). 프랑스어로 무슈는 존칭이고 Chat는 고양이를 의미한다. M은 신비로운 마법을 뜻하는 Magic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이라 한다. 무슈샤는 프랑스의 그라피티 아티스트인 토마 뷔유(Thoma Vuille)의 활동명이자 분신으로, 평화와 정의를 이야기하는 고양이다. 그의 그림은 벽으로까지 자유자재로 펼쳐진다. 캔버스에 국한되지 않는 그림에서 그라피티의 모습이 보였다.


무슈샤는 활짝 웃고 있는 노란 고양이 그림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가볍지 않다. 자크 칼로(Jacques Callot)의 <La pendaison>(교수형)을 오마주한 작품도 있어서 어린이를 위한 전시라기에 난해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림 속 상황과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풍긴 것도 사실이다. 모든 그림에서 무슈샤는 활짝 웃고 있고 색도 노란색이라 그런지 희망차 보인다. 캔버스가 가득 차 정신없는 와중에도 제일 처음 눈에 띄는 건 무슈샤 이다. 이를 인식한 뒤에야 날아다니는 천사나 매달린 사람들, 에펠탑 따위의 사물들이 보이는 것이다. 캔버스의 부분마다 생각나는 대로의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고, 한마디로 정리되거나 알아볼 수 없어서 즐겁게 감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전시에서 구매한 건 무슈 샤가 반복적으로 그려진 엽서이다.


난 반복적인 이미지의 연속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싫어하는 쪽에 가깝다. 어릴 적에는 규칙적으로 찍힌 점으로 그려진 집의 그림을 보고 너무 어지러워서 보이지 않도록 페이지를 접어둔 적도 있다. 그래서 무슈 샤 엽서도 오랫동안 엽서 보관 파일 사이에 끼어있었다. 이번 글로 한번 바깥공기를 쐬겠지만 다시 보관함으로 들어갈 것이다. 이 엽서를 고르던 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골랐을까.





엽서에는 전시회에 대한 기억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전시보다는 함께 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떠오를 때가 있다. 전시를 보러 다니다 보면 내 취향이 아닌 것도 마주하기 마련인데 그런 전시에서도 엽서를 사는 것은 습관 내지 기억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본능에 가까운 일이다.



문화생활을 남들과 즐기고 싶어서 대학생이 되자마자 관련 동아리에 들어가 전시회를 함께 보러 다녔다. 무슈샤(M.Chat)의 전시를 본 것도 동아리에서인데, 새로 들어온 사람들과 만나 무슈샤를 관람하고 근처 유명한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이때 만난 사람들과는 여전히 연락하며 취미 생활도 함께 하는 친구들이 되었다. 그 순간에는 조금은 어색하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르던 때라서 이렇게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새로운 세계와도 같아서 그 시작을 예상할 수 없다. 때문에 가까이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의 향연이다. 두 세계의 충돌에 무언가가 내 안의 습관적인 선택을 흔들어둔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저 엽서를 선택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몇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면 하나의 작품을 발견하게 된다. 캔버스 위에 잘못 떨어진 물감처럼 보이던 것이 새로운 세계를 혼합해낸 그림을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줄 알았던 선택이 오히려 중요한 시작을 기억하게 해주는 발판이 되고 있었다.



전시도 마찬가지다. 낯설고 잘 모르는 분야의 전시가 나중에 어떻게 이어질지 누가 알까. 내 취향이 아니라며 넘어갈 수도 있던 전시가 이렇게 한때를 추억하는 글로 남게 되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되고 예전을 돌이켜보며 즐거워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겪는 일과 사람, 실수라고 느껴지는 선택들도 아직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닐까.





* 글에 첨부된 사진은 1. 전시회 당시 촬영한 것 2. 제가 산 엽서를 직접 찍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