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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Feb 11. 2020

great honor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작품상을 포함하여 4개 상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유 없이 기뻤다. 하나의 국가 또는 민족의 위대함을 알리는 행위라는 생각에 나도 그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다소 망상에 따른 기쁨을 나눈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남 일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이랬던 적이 또 있었던가.


순간 놀래서 주변 인물들의 성취에 손뼉 치고 즐거워했던 날들을 속으로 세어본다. 분명, 기쁨을 간접 체험하는 순간에 어떤 심적 동요가 분명 있었다. 그 주체와 동일 강도의 감정은 아니었겠지만, 불쑥 솟아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번 봉 감독의 수상을 말미암아 그것을 정의해보면, 감사함인 것 같다.


https://youtu.be/DslP9E-JcrM


세상이 호들갑을 떠면, 나는 왠지 차분해진다.

어제 먹은 저녁이 맘에 들었다거나 오늘 입은 옷이 생각보다 꽤 근사하다는 생각 따위를 해본다. 그리고 점심 식사 메뉴를 정하는데 골몰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세상의 소란이 관심과 탐구로 변하면서 어느 교훈으로 다가설 때, 나는 감사함을 느꼈다. 나도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게구나 하는 감사함.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무개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미련한 감사함.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피상적인 말들로 묘사되는 꿈을 좇는 아이들에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와 같은 말은 또 한 번 구름을 타고 훨훨 날 수 있도록 발동을 걸어준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위인전 같은 메시지부터,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경영자 같은 다짐과 지금 내가 머문 곳이 천국이라는 시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게 쓸 수 있도록 한다. 차갑고 어두운 현실 속에 통용되지 못했던 언어와 감정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다시 한번 고개 들게 한다.

그래서 무거운 자본의 무게를  딛고 서있는 것이 곱슬 머리와 반무테를 한 어느 아저씨라는 것이 나는 너무 고맙다.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내가 무엇이 될지 그리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단지, 글을 쓰고, 행동으로 옮겨 창작하고 싶은 욕구는 변함이 없다. 때때로 형태는 변하겠지만, 그 본질은 나를 떠밀어 앞으로 나가게 할 것이다. 그것이 그의 스토리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조심스레 자존감을 세워본다.


사회생활이 어렵도록 괴롭히던 강박증과 자살충동을 영화로 풀어낸 그의 용기와 담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다음 작품을 이야기하는 그의 동심에 공감하며 그 위에 나의 모습을 오버랩해본다. 그리고 읽고 쓰다가 운이 좋으면 창작하는 그 날의 나를 다시 그리며 용기를 내어본다. 오늘 이 장면 뒤에 근사한 에피소드 하나를 더 이어 붙여보고자 다짐해본다.


다시 한번 더 감사하며 축하드립니다. 봉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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