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인사가 만사다

by 랩기표 labkypy
가까운 사람은 작은 것으로 상처를 받고,
멀리 있는 사람은 좋은 가치와 비전으로 공감한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나서기도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즐겨하고 있다. 출근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은 옆자리의 인연도,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을 선곡하는 것도, 미세하지만 조금씩 변화가 있는 회사 입구에 있는 키 큰 나무도, 모두가 다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상 기온이라고 할 정도로 따뜻했던 점심시간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보직 이동은 그런 내게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묻는다면 짧게 답하기 곤란해 글로써 남긴다.



생산관리 9년, 준법지원 2년 반의 경력을 거쳐 인사팀으로 보직 이동한다. 물론 회사 외적으로 보드게임 카페, 클럽, 스튜디오, 매거진, 미디어 등을 기획하고 운영을 했었다. 뮤지션의 삶도 몇 해 살았었다. 인상이 찌그러지는 악연도 있었지만 모두가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 규모와 영향력은 지금과는 비교할 만 것이 못된다.


흔한 말로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일은 그 중요도가 어디에 비교해도 가볍지 않다. 모든 일의 중심인 사람은 회사 경쟁력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보직 이동이 회사 전반의 조직 문화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이 그 역할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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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재조명’이라는 내용으로 새롭게 전배 갈 인사팀 실무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보직 이동 날짜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지만, 공유 차원에서 보내오는 메일을 읽고 나서 답장을 적은 것이다. 보내온 메일에는 우리 회사의 조직 문화의 방향성과 현재 이슈 등이 담겨있었다. 그에 대한 답으로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제조업 회사로 만들어보자고 했다. 또한, 급진적인 것보다 점진적으로 서서히 변화시키자는 내용을 보탰다. 그리고 이벤트적인 일회성보다는 우리의 태도를 바꾸고 습관을 바꿔 일상화시킬 수 있는 것들을 우선시하자고도 했다. ‘목에 힘 빼고 어깨에 힘을 주자.’ ‘걱정하지 말고 설레어라.’ 같은 슬로건을 소모적인 노사문화와 지속된 적자 행보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생각으로 급하게 적어서 보냈다.

나는 이 일이 매출이 7조, 임직원이 만 명이 넘는 회사의 품격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법적으로 법인은 하나의 사람으로 본다. 시대를 막론하고 훌륭한 사람은 인격이 우수한 사람이다. 조직문화가 회사가 어떤 태도로 일을 할 것인가의 숙제로 연결되는 거라면 회사의 인격이 되는 것이고, 그 성숙한 인격은 품격이 되고 성장과 혁신의 발판이 될 것이다.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와 업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고 임직원들 간의 우정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 생각이 들 때, 어느 심리학자의 글을 읽게 되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소한 것에 마음이 상하고, 멀리 떠나려고 하는 사람을 구체적인 제안으로 유혹하기 어렵다.’ 옆 동료와 쓸데없는 차이를 만들어 불만과 갈등을 만들어 내지 말고, 조직이 크고 방대할수록 의미 있는 가치를 공유하고 경쟁사 혹은 다른 조직과 차별성을 두어라는 말이다. 새로 갈 조직에서 계속 곱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돌아와 조직문화라는 것이 결국 좋은 관계를 맺는 일이다. 우리 임직원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협력사와 지역사회와 세계 유수 기업 등과의 모든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잠재력을 끌어내고 성장하고 혁신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업이다. 나부터 새로운 각오와 마음가짐 그리고 공부를 통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켜보자고 다짐을 해본다.

더불어,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 회사와 주변 분들께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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