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무릉도원 같은 곳이었다

거제도 율포리

by 랩기표 labkypy



무릉도원 같은 곳이었다.


*

차를 타고 거제도 동쪽 면 끝 해안선을 타고 한참을 들어왔다. 이곳은 좀처럼 오기 힘든 곳이라 길들이 모두 낯설었다. 지상이와 나는 친구 차 뒷좌석에 앉아서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구경했다. 그 모습이 너무 멋져 우와 이쁘다 멋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지상이도 나와 비슷한 감정이 일어나면 “이쁘다”라는 말을 하는데 여러 번 들었다. 지상이는 또 가끔씩 운전하는 친구를 괴롭히거나 옆에 앉은 제수씨에게 장난을 걸기도 했다. 길이 꼬불꼬불했기 때문에 운전석과 보조석을 잡고 일으켜 세운 지상이의 몸은 좌우로 자주 흔들렸다. 제수씨는 위험하다며 지상이에게 자리에 가만히 앉으라고 여러 번 주의를 줬지만, 헛수고였다. 대충 나는 팔로 몸을 감싸거나 과자로 유인하여 잠시라도 자리에 앉히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며칠 전 회사 동기 친구는 처가의 개인 별장에 우리 가족을 초대했다. 동시에 제수씨와 친분이 있는 또 다른 가족을 초대했다고 말했고 나는 흔쾌히 초대해주어서 고맙다고 하며 시작된 여정이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꼬불한 해안길 사이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안내하지도 못하는 곳에 위치해 몇 번이나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수고가 필요했다. 안내받은 대로 도로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길을 지나서 맨 처음 보이는 주택 집 맞은편에 나 있는 콘크리트 포장길을 타고 울창한 숲을 조금 올라가니 작고 하얀 별장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우리보다 앞서 도착한 가족들이 막힌 입구를 열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수씨는 급하게 보조석에서 내려서 철줄로 막은 입구를 자물쇠를 풀어 개방했다. 우리는 차를 몰고 들어갔고 곧 지상이는 잔디에서 뛰어 놀기 시작했다.

짐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니 해무가 마을을 삼키고 있었다. 비가 그친 직후라 그랬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덕분에 별장 아래로 내려다보는 바닷가 마을은 신비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만선을 기대하며 제를 지내는 동네 모습이 그려졌다. 그들은 뒤로 솟은 산을 보며 제를 올렸을까, 파도치는 바다를 보며 술을 뿌렸을까 궁금했다. 올라올 때 보았던 한 학년에 한 반만 있을 것 같은 작은 학교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 동네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그 학교에서 같이 공부했을 것이다. 몇몇은 이 동네에 남고 몇몇은 멀리 떠났을 것이다. 남은 자와 떠난 자. 그 모두가 어떤 사람들이 되었을까. 과연 이곳에 남은 이는 몇일까. 그리고 산 위로 다듬어진 논과 밭은 누구의 솜씨이며 타향살이에 지친 고향 사람들의 애타는 마음은 명절에만 드나들까.

밤이 되자 해무에 갇힌 마을은 어둠이 삼켰다. 우리는 약속한 듯 고기를 굽고 술잔을 나누었고, 어느새 새로 만난 인연이 형님 동생으로 친근해졌다. 얼큰하게 취할 때쯤 우리 가족은 내일의 일정 때문에 남은 가족들을 두고 먼저 내려와야 했다.


*

거제도는 신기한 섬이다. 벌써 십 년 동안 있었고, 자리를 튼지는 4년이 되었지만 이처럼 근사하고 멋진 곳이 많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넓지만 둥글다. 만날 사람은 다 만난다. 우연한 만남은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인연은 또 다른 운명을 만들지도 모른다. 그전에 우리는 이렇게 낯설고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행동이 필요하다.



https://youtu.be/Qn3BExSUafs

매거진의 이전글지상이는 언제나 놀이터에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