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낙서

즐거움이란

by 랩기표 labkypy










“일을 그만 두면 무엇을 하게 될까?“



갑자기 툭 튀어나온 질문이었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침울하지는 않았다.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묻고 답하고 있던 그런 질문이었다. 준비라도 한 것처럼 각자가 대답을 했고, 모두 그 이유를 듣고 끄덕이며 공감했다. 어쨌든 상상만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주제는 유쾌한 자리에 퍽 어울리는 안주 거리였다.

익숙함을 벗어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다. 물리적으로 관성, 인문학적으로는 불확실성의 최소화라고 부르는 익숙함의 유지는 인간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것처럼 저절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소 욕심이 투영된 집착이다. 집착은 병들게 한다. 권력의 집착은 사람을 괴물로 만들고 사회관습의 집착은 경직되어 숨 막히게 한다. 중요한 것은 삶은 유기적이고 수시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 변화는 나로부터 발생될 수도 있지만 외부 환경으로부터 발생할 수도 있다. 자기 자신의 변화에 대한 스스로의 지분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기 때문에 우린 익숙한 것에 길들여짐에 무언가를 끝까지 지켜내고자 하는 집착은 다소 위험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생각 안 하려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거 그런 거에만 집중하고 다른 건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거, 내가 할 수 있는 거, 즐거운 거 그런 것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

원제형은 홍보팀에 간 이후로 삶을 대하는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형을 지근에서 오랫동안 보아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차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로부터 변화된 행동과 습관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다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Music is my life!’이라고 연신 뱉어내는 즐거운 말투 속에서 끊임없이 낙도를 찾아다닐 것이란 추측이었다.

이 모임도 형이 만든 것이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모임. 그 기준은 온전히 형의 것이었고 나머지 셋은 아무런 의심 없이 모였다가 항상 즐거운 시간을 누리는 영광을 맛보는 것이었다.

그런 형에게 우리는 사빵이라는 별칭을 지어주었다. ‘사포 대빵’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인데, 그 사연은 김태호 피디의 수작 <놀면 뭐하니>처럼 우리도 혼성팀을 결성해서 곡도 하나 만들어 앨범 하나 발매해보자는 식의 이야기가 ‘사포’라는 팀 결성까지 이어지면서부터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팀을 결성하고 각자 별칭을 가지게 되었다. 사빵부터 샤스(샤이닝 스톤), 애나(아나운서), GPS(Gipyo is Superstar)까지. 각자의 이름과 특징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이름들이 탄생되었다. 우리는 인간의 입맛에 맞게 적절히 조리된 돼지의 몸과 다리를 입속으로 우걱 집어삼키며 이런 재미난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침투하면서 집단활동이 터부시 된 사회적 시선을 피하 듯 어둑하고 한적한 노래방으로 갔다. 마치 거제도라는 낙도(落島)에서만 찾을 수 있는 낙도(樂道)가 있는 것처럼 우리는 이상하리 만큼 안심하며 노래를 줄기차게 불렀다. 장르를 넘나들며 짱짱한 목소리가 방안에 울리며 누구는 춤도 추고 누구는 가만히 서서 플렉스한 안경 넘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틈에 서서 이 구성원의 적절한 음악 스타일이 무엇일까 잠시 고민했다가 업타운이 떠올랐다. 여자 한 명 남자 셋. 지펑크 스타일의 음악과 세련되고 신나는 음악. 그들의 대표 음악들이 떠올랐지만 종국에는 nate dogg과 Toro Y Moi가 생각났다.


*

쓸데없는 고민들은 쓸데없는 일들을 만들기도 하지만, 또 쓸모 있는 생각과 쓸데없는 생각의 구분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잘 모르겠다. 다시 바꿔 말하면 돈 되는 일과 돈이 안 되는 일인가, 재밌는 일과 재미없는 일,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 그런 것일까. 딱 분질러 두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 간단하지만 그래서 더욱 어렵기도 하다. 삶은 그런 것들의 총체다.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 일까.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그 사이를 오가며 흔들리는 자아를 얼마나 유연하게 잘 넘나들 수 있는가가 결국, 참 재미다. 그래 난 징그럽게 재밌게 살고 싶다. 곡이나 쓰자.



©️keypyo


https://youtu.be/7hJb9MxI2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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