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대한민국 어게인 / 프로는 아름답다

나훈아 콘서트를 보고

by 랩기표 labkypy


70세 노인이 아니라 청년이 서있었다. 그는 무대 위에서 왕처럼 군림했다.


그의 손동작에 눈이 홀렸고, 노래는 귀를 타고 가슴으로 이어졌다. 나는 두근대는 소리가 내 심장으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음의 진동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창피하게 갑자기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나훈아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아니다. 평소 트로트를 즐겨 듣지도 않는다. 오히려 넘치는 트로트 콘텐츠에 식상하고 짜증이 난다. 그런 나에게 나훈아는 그저 흘러간 가수 중 하나였다. 그의 노래는 어머니를 비롯해 여러 어르신 들의 애청곡에 포함되어 있기에 그가 우리 부모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추문과 그에 대한 인터뷰 이슈로 조금 친숙한 연예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그의 이번 콘서트를 보고서 나는 조금 울컥했다. 2시간이 넘는 방송시간이기에 촬영은 그보다 훨씬 더 길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70세 노인의 정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또한 음이탈 한 번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멜로디는 연구대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고향, 사랑, 인생 3부로 나뉘어서 진행된 콘서트는 익숙한 곡과 신곡이 적절하게 어우러졌다. 국악기와 헤비메탈 밴드와 함께 촌스럽지 않게 편곡된 노래들 위로 그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무대 위에서 솟아올랐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노래도 노래지만 "삶의 모가지를 잡고 끌고 가지 않으면 끌려간다"는 등의 메시지가 구수한 사투리로 날 것 그래도 진정성이 덧붙여져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러다가 '가자!' 하는 소리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면 나는 넋을 놓고 보는 것 외에 달리 별 수가 없었다.


가수 말고 다른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다는 그는 "가수는 꿈을 주는 사람인데 꿈을 잃어버려서 그동안 꿈 찾아 세계 곳곳을 다녔다"라고 한다. 언론이 만든 허울과 달라 미안할 정도라며 웃으며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에 그는 초월자로 보였다. 그렇게 길고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만든 곡이 '테스형'이다. 어느새 유행이 되어 버린 '아! 테스형' 바로 그 곡이다.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이라고 부르는 이 B급 감성의 제목을 가진 노래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결국 '인생 별거 없다'였다.


그가 "먼저 간 형님께 그곳은 어떠냐, 천국은 있냐고, 인생은 어떻게 살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모른다고 합디더'"라고 하며 호쾌하게 웃는 모습은 마치 도가 높은 노스님을 연상케 했다. 다부진 이목구미와 떡 벌어진 어깨는 절이라도 올려야 할 것 같은 신상(神像) 같았다.



나는 그런 그의 무대를 보면서 프로라는 것을 이해했다.


프로는 자신의 무대가 아닌 곳에서는 함부로 나서지 않았다. 프로는 자신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었다. 프로는 변명 따위 하지 않고 쓰러지기 직전까지 태연했다. 프로는 실력으로만 자신을 증명했다. 프로는 다른 사람과 공감했고 모두를 하나가 되게 하였다.


그 프로 중의 프로가 이제는 영원한 퇴장을 준비한다고 했다. 언제 어떻게 그가 은퇴를 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도 그는 나훈아답지 않은 무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의 콘서트 내내 나는 나의 업은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그리고 저 70대 청년을 보며 나는 애늙은이가 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물었다.


가수는 영혼이 자유로워야 되기 때문에 '관'을 쓰기 싫다고 한 나훈아. 코로나 19로 인해 모두가 절망할 때 꿈을 찾고 꿈을 나누는 일로 다시 돌아온 나훈아. 그는 해야 할 일을 했다.


다른 위정자들처럼 남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했다. 그것이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줬고 감동의 물결이 되어 하나로 모여 큰 바다가 되었다. 그의 엔딩이 바다 위로 태극기가 펄럭이도록 한 것이 그런 의미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프로는 아름답다'라는 그때 그 시절 수식어가 아주 근사하게 돌아왔다.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_m.aspx?CNTN_CD=A0002680975


©️key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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