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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Jun 07. 2020

비커밍 펜션과 외도 널서리

거제도 여행



짧은 거제도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여동생이 5월 초에 갑자기 여름휴가 가자며 추진할 때 뭔 6월 초에 여름휴가 나며 비웃었는데, 6월이 되면서 거짓말처럼 더워져 진짜 여름 여행이 되어버렸다. 준비하는데 도움 하나 준 거 없이 막내 여동생 부부, 큰 여동생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즐거운 여정을 시작했다. 애써 예약한 숙소, 비커밍 펜션은 수영장이 딸려 있었다. 펜션 외형은 주변의 것에 비해 보잘것없다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하얗게 잘 관리된 내부와 확 트인 창 밖을 보니 꾸미지 않고 펜션 본연의 모습에 충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해무가 일어나자 마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바깥 풍경은 아주 근사했다. 구조는 따로 방이 구분되지 않은 오피스텔 형태였다. 입실 시간부터 수영장이 개방되었기 때문에 얼른 옷부터 갈아입고 돌계단을 타고 펜션 아래로 내려갔다.

수영장은 바다와 맞닿아있었다. 수영장 안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바다 한가운데 있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뒤로 어선 한 척이 작은 물결을 일으키며 지나갔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한 껏 즐거운 기분으로 멋을 부린 모습이 홀로 유유히 지나가는 배의 모습과 겹쳐지니 어쩐지 조금 우습기도 했다. 생업에 그을린 그들의 검은 피부와 여가를 즐기며 타버린 얼굴. 잠시 자본주의와 자연 파괴와 어릴 적 어촌 생활에 대한 생각을 했다.

미온수로 채워진 수영장은 흐려진 날씨에 조금 찬 바람이 불었지만 따뜻하게 우리를 품었다. 몸을 바깥으로 드러내면 바람에 곧 으스스한 기운이 돌았다. 덕분에 물속에서 나올 생각은 접고 헤엄을 치고 물장난을 하며 오랫동안 놀았다. 올여름 물놀이는 그렇게 이른 6월에 미온수로 시작되었다. 어스름밤이

되자 어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고기를 구웠다. 어머니께서 집에서 찰밥을 맛나게 지어오셨고 직접 담근 김치와 쌈장 그리고 마늘장아찌가 더해지니 특별한 저녁상이 되었다. 사랑과 정성이 가득 펼쳐진 상 위로 그리움이 위로 받았다.

배불리 밥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별관처럼 꾸며진 아이들 놀이시설이 있는 장소로 갔다. 그곳에는 아주 큰 볼풀(ball pool)에 미끄럼틀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옆 벽면 큰 화면에서는 용이며 괴물들이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볼풀에 있는 공을 던져 그것들을 맞추자 작게 번쩍이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 중간중간, 시간 내에 얼마나 열심히 과제를 잘 수행했냐를 보여 주고는 용과 괴물이 나비며 귀신 등으로 바뀌며 같은 놀이가 진행되었다. 지상이는 정신이 팔려 하루종일 놀 것 같았고, 뒤에 앉은 나는 냉장고 안의 와인이 간절했다.

*

다음날 아침 ‘외도 널서리’라는 거제도에 유명한 카페에 갔다. 거제도의 외도는 어느 사유지인 무인도에 조성한 아주 유명한 식물원이다. 그 주인이 육지에 카페를 만들었는데 묘목장이라는 단어 널서리(nursery)를 붙여 이름을 지었다. 그 이름과 주인의 이력만큼 플랜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외형 또한 식물원처럼 유리창으로 둘러 쌓여있다.

자주 가지는 않는 곳인데 오랜만에 가보니 음료도 케이크도 아주 맛이 좋아져 있었다. 마치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친구가 멋진 모습으로 돌아와 반갑게 인사하는 기분이었다.

https://youtu.be/lKXl8zWIY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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