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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공부란 무엇인가

꽃이 되자

by 랩기표 labky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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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읽고 쓰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퇴임까지 그것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의 직업은 교수이고 나는 창작자를 꿈꾸는 회사원이지만 추구하는 바가 비슷하고, 감히 그처럼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아주 공감하며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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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면 어느 순간부터 잣대를 대기 시작했다. 나쁜 버릇이다.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성인의 말씀이 뒷골을 때리지만 어쩔 수가 없다. 체력이 떨어질수록 이전처럼 사람 관계에 긍정적인 에너지만을 분출할 수 없게 된 순간부터 그랬던 것 같다.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덕분에 보람찬 하루였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 그 출발은 결국 상대방과 건전한 대화와 토론을 할 수 있느냐의 여부였다.

책은 공부란 대학을 가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부란 우리가 탁월함을 갖추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라고 정의한 것 같다. 그 탁월함이 필요한 이유는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가 조금 더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질문을 하고 다양한 의견이 모아져 지금보다 한 발짝 더 앞으로 나갈 때 어제 보다 나은 내일이 만들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예언가들이 판을 치고, 사이비가 감정에 호소하고, 쓸데없이 남의 끼니나 걱정하는 어른들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좀 먹고 있는지 돌아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저자는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여러분 ‘제발 이 정도의 개념을 탑재하고 사회생활을 합시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교양 없는 전문가는 위험한 존재라는 의미를 곱씹어 본다. 아무리 방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을 정제하는 과정에 있지 않는 사람은 독단과 아집에 빠진다. 때문에 지식 안에 매몰되기 쉽다. 공부하는 인간이란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계속 연구하는 존재다. 공부하지 않는 인간은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높고 튼튼한 벽을 세우게 되며 목숨 걸고 성을 지키거나 어서 죽어라 공격적이게 된다. 작가는 그런 인간 부류가 모인 세상은 결국 동물의 왕국이 될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비약이 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사람을 만나면
대화 가능한 사람인가를 판단하게 되었고,
나 또한 부끄럽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는 농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공격과 수비를 잘하면 되는 것처럼 토론을 잘하기 위해서는 듣고 말하기를 잘하면 된다고 했다. 얼마나 단순한가. 그 단순한 게 쉽지가 않다. 알고 있는 것이 실천하기가 어렵지 모르는 것은 그냥 모른 채로 지나간다. 그래서 알게 되면 어려워지기 때문에 공부하는 인간은 실천하기 위해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복잡하게 설명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분명 사기꾼이거나 예언가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 틈 속에서 이런 친구를 사귀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이 정도까지 쓰다 보니... 꼰대가 된 것 같다.


http://naver.me/5PiCbJ7H



“과장님, 지금 저는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박이 한숨을 쉬며 갑자기 물었다.

“왜?”

김이 대답했다. 박은 조곤조곤 말하는 습관대로 아주 진지하면서도 편안한 웃음은 잃지 않고 이어 물었다.

“그냥...지금 제 일이 커리어가 되는 것인지...잘 모르겠습니다. 딱히 전문성이 없는 것 같고, 붕 뜨는 기분이에요. 변호사가 더 많은 부서에서 그냥 꼬봉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제 인생이 소모되는 기분입니다.”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인 박은 영업부서에서 일을 하다가 법무 관련 일을 한 지 3년이 되었다. 반복되는 업무에 지쳤는지, 불안한 회사의 미래에 걱정이 앞섰는지 오늘따라 더 심각해 보였다.

“내가 뭐하고 답해 줄 것이 없지만...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 일단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가 첫 번째야. 나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배우고 싶어. 그리고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런 의미에서 내겐 아주 훌륭한 기회지.”

“음..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일을 하느냐로 귀결돼. 그냥 변호사 스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자신이 경영자로서 전문가를 활용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아. 기획과 실행을 하는 사람은 결국, 박 대리야.

그렇다면 자신의 일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틀을 어떻게 짜는가는 자신의 문제가 되는 거야.

법으로 한정 짓지 말고 기본과 원칙이라는 큰 틀, 회사 전체 구조를 정의하는 규정과 매뉴얼을 만들 수도 있는 자리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무슨 공부를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하고 일을 할지 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박은 조금 밝아진 얼굴로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 그리고 김은 생각했다. 나는 진짜 그렇게 살고 있나.


Quint Buchhoz



모든 일은 그 일을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했다. 공자의 ‘정명(正名)’ 사상이 떠올랐다. 책 또한 공부하는 인간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낙화암에서 떨어진다고 모두 꽃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말미에서 토론 가능한 인간이 꽃이니, 배움을 게을리 하지 말라며 마무리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과연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공부하는 인간에 부합되는가. 부끄러워진다. 머리가 복잡해지다가도 결국 다시 단순해진다. 자발적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읽고 쓰기에 더욱 익숙해지는 것이다.



©️key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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