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전문가에 대한 고찰

by 랩기표 labkypy


전문가란 무엇일까





한국사 전문 스타 강사가 세계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 강사의 능력 한계치는 어디까지인가였다. 그리고 어쩌면 이 분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기보다는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연극영화과 출신이라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티브이 무대를 예능 기질과 지식인의 이미지로 버무려 고품격이라는 단어로 치장하는 그를 ‘지식 예능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전문가라는 칭호가 적절한지 여부는 시간의 개념을 두고 판단할 수 있다. 특정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그 분야에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갈아 넣은 사람을 뜻한다. 이러한 전문가는 자신이 갈아 넣은 시간을 통해 묻혀 있던 새로운 사실과 진실을 발굴해 대중에게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지위와 영광을 부여하여 인간 사회의 발전은 이러한 고농축 시간 투자로 가능하다는 것을 두둔한다. 인간의 시간은 유한하고 이 유한한 시간을 어느 곳에 투자하는 가에 따라 전문성은 달라진다. 건강한 사회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길러지고 탄생하는 곳이다. 이런 의미에서 어느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역사 왜곡 문제를 일으킨 스타 강사에게 부여할 수 있는 전문가의 영역은 무엇일까.

그는 바빴다. 시간을 갈아 넣은 곳은 책상머리가 아니라 카메라 앞이었다. 간간히 보이는 그의 넓은 활동 영역을 보면서 그가 역사 전문가가 아니라 예능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에게 어울리는 것은 그의 지적 능력과 예능 기질을 잘 버무리는 새로운 ‘지식 예능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그런 즈음에 그는 과감하게 세계사를 들고 나왔다.

프로그램이 시작하자마자 문제는 터졌다. 알기 쉽고 친근하게 접근하는 그의 방식이 FM을 모르고 요령만 부리는 군인 같았다. 뿌리 깊지 않은 나무는 쉽게 흔들렸다. 세계사 분야의 진짜 전문가들의 비판에 방송사와 당사자는 사과했다. 이 글은 그들에게 보내는 혐오나 각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정보와 지식이 흘러넘치는 시대에 전문가는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가에 대한 자조(自助)다.

나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최소한 알고자 하는 것을 포함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에 요령을 부리면 오히려 그것이 해가 될 수 있다는 것과 능력을 실력이라고 착각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를 얻게 된다면 그 출처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건강한 생활은 지금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의 출처를 아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이처럼 내가 받아들이는 것들의 출처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면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그렇게 쌓인 정보는 지식이 되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그러하기에 너무 많은 정보와 관계를 받아들이는 것은 그 출처를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해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타고난 ‘능력’은 적절한 노력이 가미되어야 비로소 ‘실력’이라는 맛을 낸다. 뛰어난 능력으로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지만, 충분히 노력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하고 결정짓는 것은 경계해야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설민석 강사를 응원한다. 이번 사건이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빈다.



©️keypyo




표지 그림 : <프리드리히 니체> by 몽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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