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
넷플릭스 제공
미국 남북전쟁(1861-1865)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북부 연방의 승리로 끝난다. 공업이 발달한 북부 지역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노예제 폐지와 같은 급진적인 정책을 펼친다. 반면에 농업으로 먹고살았던 남부는 농노가 필요했기 때문에 북부의 정책에 반대한다. 텍사스는 노예제를 찬성하는 지역이었다. 텍사스를 포함한 7개 노예주는 연방을 탈퇴했고 그로 인해 남북전쟁이 발발한다.
패전 진영인 남부군 대위 출신 제퍼슨 카일 키드(톰 행크스 분)는 텍사스 전역을 돌면서 신문을 읽어주며 돈을 번다. “10센트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뉴스를 읽어준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는 뉴스를 읽어주기 전에 가수가 무대의상을 차려입듯이 항상 깔끔한 슈트를 입는다. 그리고 생기 있는 목소리와 능청맞은 연기를 버무려 신문을 읽으면 사람들은 콘서트 관객처럼 큰 소리로 호응했다.
뉴스라는 힘을 전달하는 사람
그는 전쟁 전에 인쇄업자였다. 틈틈이 신문을 인쇄하면서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알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했고 그는 참전했다. 치열한 전투 중에 그의 인쇄소는 파괴되고 사랑하는 아내는 콜레라로 죽는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는 고향에 돌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그는 결국 유랑했다. 유랑하며 그가 선택한 생계수단이 바로 뉴스였던 것이다.
이 당시의 뉴스는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개념이 아니었다. 기사 작성부터 인쇄 그리고 독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런 세상에서 뉴스는 쉽게 지나치는 가십이 아니라 곱씹을만한 메시지를 품고 있는 정보와 지식이었을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인 시절에 그는 글을 읽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뉴스를 읽어주며 ‘힘’을 부여해주는 사람이었다. 팍팍한 세상 속에서 살아갈 힘을 전달하는 매개체였다. 때로는 그 힘들이 한데 뭉쳐 불합리한 현실을 부수고 새로운 세상을 열기도 했다.
어느 날, 제퍼슨 키드는 사람들을 가두고 학대하며 노동을 착취하는 어느 농장에 닿게 된다. 농장주는 그에게 자신을 영웅시한 신문을 읽도록 강요한다. 하지만 제퍼슨 키드는 그 대신에 어느 탄광촌에 있었던 노동자들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노동자들이 단결해 죽음을 모른 척했던 권력자들에 대항하여 싸우고 권리를 쟁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들은 박수와 고함으로 호응하고 결국 농장주가 노예처럼 부리던 이의 총에 맞아 죽는 사건으로 이어진다.
절망 속의 아이
뉴스를 읽는 남자, 제퍼슨 키드는 우연히 길에서 여자 아이 조한나를 만나게 된다. 조한나는 독일 이민 가족의 딸이었으나 인디언의 습격으로 부모 모두 죽었다. 인디언들은 그녀를 키웠고, 그들 또한 백인들의 습격으로 죽게 된다. 치열한 살육전쟁 끝에 남겨진 조한나는 정부 시설로 이동하는 길이었다. 애처롭게도 조한나를 데려다주던 사람은 흑인이었고 그 또한 “미국은 백인들의 나라”라고 올부짖는 무리의 습격으로 목매달려 죽는다. 서부개척 시절. 무법천지 시대에 나약한 아이는 인디언과 백인 그리고 흑인 간의 잔혹사 속에 덩그러니 내버려졌다.
제퍼슨 키드는 그 현장에서 조한나를 구한다. 그리고 우열곡절 끝에 그녀의 친적에게 데려다 주지만 그들과 다른, 인디언의 풍습으로 자란 아이는 마치 동물처럼 여겨질 뿐 가족으로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제퍼슨 키드는 다시 조한나를 데려와 뉴스를 읽어주는 ‘아빠와 딸’이 되어 마을을 떠난다.
꿈과 희망 그리고 새로운 기억을 찾아서
원작 소설에 기반하고 톰 행크스가 주연한 이 서부극은 ‘뉴스를 읽어주는 남자’라는 색다른 소재와 서부개척시대의 잔혹한 현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뉴스 읽는 남자와 살육으로 가족을 잃은 아이, 두 주인공이 만나 겪는 여정 속에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비극 속에 쏘아 올린 그 빛은 톰 행크스와 헬레나 쳉겔의 연기 덕분에 더욱 강렬했다.
상처 입은 두 영혼은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며 감싸 주었기에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뉴스를 읽는 일은 더 이상 유랑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되었고 그 길 위에서 그들은 꿈과 희망 그리고 “새로운 기억”을 가지게 되었다.
피와 절망이 가득한 사막을 가로지르며 피어나는 그들의 웃음을 보면서 어떠한 순간에도 결국 인간은 인간으로 치유되고 그로부터 희망을 찾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sce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