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만약에 지금

by 랩기표 labkypy

일기



잘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이유를 알 것 같은데, 그것이 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힘이 빠집니다. 그렇게 켜켜이 쌓인 시간 동안 나를 대표하는 명사 하나는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저를 주눅 들게 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냐며,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며 스스로 토닥토닥 위로도 해보지만 그 모든 것들을 쉬이 넘기는 건 수련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언제나 벅찬 일입니다. 미래는 오늘의 선택에 달렸다는 생각으로 항상 진지하게 고민하려 합니다. 그 고민은 ‘만약’과 ‘지금’이라는 단어로 요약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지금 부자라면, 만약 내가 뉴욕에 갈 수 있다면, 만약 내가 작가가 된다면, 만약 내가 재벌 2세라면 등과 같은 생각 대신에 지금 나는 글을 쓸 수 있지, 지금 나는 여행을 갈 수 있지, 지금 나는 좋은 책과 영화를 볼 수 있지, 지금 나는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할 수 있지, 지금부터 나는 매일 물을 1리터 마실 수 있지, 지금부터 나는 새로운 주제로 글을 연재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만약에 지금’ 내가 훌륭한 작가라면이라는 생각을 할 때에는 위대한 작가 님들의 다독과 다작을 흉내 내는 나 자신에게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냐를 돌아봅니다. 그러면 곧 나의 태만을 깨닫고 흠칫 놀래 정신이 번쩍 듭니다. 재밌습니다. ‘만약’과 ‘지금’ 그리고 ‘만약에 지금’으로 연결되는 삶.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Egon Schie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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