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보자
오랫동안 타지 않았던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며칠이 지났다. 해를 등지고 바람을 맞으며 약간의 땀이 등을 타고 흐르는 기분 좋은 장면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오늘, 드디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벼뤘던 맑은 날은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아파트 공동 입구 앞까지 자전거를 졸졸졸 밀며 나왔다. 페달을 밟고 몇 미터 앞으로 나아갔더니 ‘자전거가 원래 이렇게 타기 힘든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좌우로 고개를 저으며 바닥에 자전거 표시가 된 도로를 따라가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기 위해 한 발을 땅에 내린 채 비스듬히 섰다.
그제야 나는 바퀴에 바람이 빠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랬구나. 근 반년을 타지 않은 자전거는 바퀴에 바람이 빠져 있었다. 그런 줄도 몰랐던 나는 항상 어떤 현실감각이 필요할 때면 열어젖히는 아파트 경비실 문 앞에 도착했다.
"바퀴 바람 좀 넣을 수 있을까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경비실 아저씨께서는 사무실 옆 작은 창고에서 공기 펌프를 내어주셨다. 나는 뒷바퀴 고무마개를 열었다. 근데, 고무마개가 소중히 보호하고 있던 바람구멍의 생김새가 예전 꼬마 때의 것과 다르게 생긴 것이 아닌가.
나는 당황했으나, 문제는 언제나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된다고 부르짖는 어느 노학자처럼 찬찬히 훑었다.
태도는 훌륭했으나 그런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구조는 보면 볼수록 더 어려운 질문을 내게 던질 뿐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검색을 했더니, 바람구멍이 내가 익히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종류였고, 그에 맞는 바람 펌프 또한 따로 있었다.
10년도 더 지난 아파트와 마흔을 앞 둔 나의 현실감각은 이렇게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며 가며 눈에 띄던 자전거 가게가 기억이 났다는 것이다. 왔던 길을 돌아 다시 도착해서 인심 좋아 보이는 사장님께
"자전거 바람 좀 넣을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더니 흔쾌히 어느 타입이냐고 신중히 물어보시길래
"아.. 그.. 뭐 옛날과 다르고.. 뭐 누르니깐 튀어나오고 그럽니다.."
라는 말이 나답지 않게 서툴게 나왔다.
사장님은 우두커니 서서 조금 고민(분명 습기찬 안경을 끼고 있는 나를 이상한 사람인양 쳐다보는 눈길은 아니었다.)하시더니 이걸 쓰시라며 낡았지만 나의 현실감각보다는 덜 무뎌진 펌프 하나를 집어주셨다. 펌프를 든 나는 다시 나만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어떻게 꼽는 건지 도통 그 방법을 알 수가 없었고,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 선 차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끙끙대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아서 등 뒤로 땀이 흥건히 젖었다.
그러다 손마저 살짝 까이고, 속으로 '제발 좀 도와주면 안 될까'하는 표정으로 사장님 쪽을 바라보니 사장님은 아주 능숙하게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며 자전거를 다루고 계시느라 아주 바빠 보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데 이런 호의에 더하여 손까지 빌릴 수는 없는지라 난처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갑자기 사장님께서 고개를 나에게 돌리시고는 자리를 훌훌 털고 성큼성큼 나에게로 다가오셨다.
"아이고, 누가 펌프 입구 방향을 바꿔놨네요..."
하시면서 직접 바람구멍 입구에 펌프를 연결해주시는 감격을 선보이셨다. 나는 속으로 아주 기뻤지만, 그 기쁨이 비로소 이제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안도감인지 아니면 내가 틀린 것이 아니라 이 도구의 문제였다는 위로 때문인지 구분이 잘 안 되었다.
어쨌든 자전거 바퀴는 빵빵해졌고, 이전보다 최소 1초는 더 빠른 속도로 비타민 음료를 사 와서 사장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아직도 나는 나의 현실감각은 그리 낡은 것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