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캠핑

어느 오후

by 랩기표 labkypy

캠핑





고등학교 친구 녀석 중 하나가 캠핑을 시작했다고 단톡방에 알린 것은 일 년 전 일이다. 코로나 19로 여행길이 막히자 사람들은 바다와 산으로 짐을 싸서 들어가기 시작했다. 캠핑은 하나의 유행이었다. 당시 나는 '친구가 유행을 타는구나' 하는 생각만 했을 뿐, 그것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길까 궁금해하지 않았다. 이후, 친구는 각종 장비를 업그레이드를 해왔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캠핑을 즐기는 녀석과 고등학교 동기에서 동서지간이 된 또 다른 친구는 그가 장비를 사고 택배를 기다리며 포장을 뜯을 때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녀석이 캠핑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다. 멤버는 셋으로 채워졌다. 그렇게 나의 첫 캠핑이 시작되었다.


https://youtu.be/H54DLKpkBMc



캠핑을 다녀온 지 1주일. 지금 나는 거제도 어느 해변에 작은 텐트를 치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 우드 테이블 위에서 글을 적고 있다. 눈 앞에 보이는 파도가 밀려오는 백사장에서 아들은 처음 만난 형, 누나와 모래놀이를 하고 있다. 뭐 하고 있나 궁금해 곁에 다가가니, 아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침범한 외계인을 대하는 마냥 저리 가라고 아우성이다. 나는 몇 걸음 뒤로 멀찍이 떨어져서 흐뭇한 표정으로 잠시 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이 빠진 모래사장에 어른과 아이들은 물고기, 게, 쏙을 잡느라 허리를 숙인 채 분주하다. 나는 조용히 음악을 틀고 책을 펼쳤다가 몇 분 집중하지 못하고 눈을 감으니 금세 밀려오는 졸음을 애써 밀어냈다. 그러다 다시 눈이 살짝 감기면 졸음은 다시 허겁지겁 다가왔다. 잠시 몇 분 동안 졸았는지도 모르겠다.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파도 소리가 점점 옅어졌던 것 같다.


다시, 나는 잠시 일어섰다.


버너에 물을 올리고, 뚜껑이 달그락 소리를 낼 때 컵라면에 물을 부었다. 아들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혼자서 다 먹는다. 그리고 다시 책을 들었다 눈을 감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기울고 그늘이 더욱 짙어졌다.


아름다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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