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기술자

by 랩기표 labkypy



이미 알고 있는 말들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기술자. 어쩐지 헛도는 바퀴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기분은 사실일까 망상일까.


빈수레는 요란하지만 채워지지 않으려 도망가는 모습에 더 웃음과 환멸을 느낀다. 바삐 움직이면 노력이라는 처방으로 불안이라는 병이 치유될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떠나간 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진 빈 공간은 그대로 놔두지 못하고 어떤 것이라도 채워 넣어야만 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일까.


다시,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잘 모른다. 익숙한 것 같지만 새롭다. 듣고 싶은 이야기는 반복되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글들은 이미 벌어진 일들에 대한 해석이다. 글은 행위를 겨우겨우 뒤 따라간다. 그 안에는 신선하고 파괴적인 상상이 없다. 그런 글들을 써대는 모습에 우습다. 그렇지만 읽고 말하고 싶은 건 왜 그럴까.


다시,

그러하다가도 나는 수백 년 동안 비슷한 이야기가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하는 것을 보며, 이 보편적인 인간에게 주어진 기쁨의 선물은 그 행위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죽지만 사는 것처럼 보편타당한 것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은 그 끝의 허무함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주 자신에게 분명한 태도로 스타일을 완성해나가는 것뿐이다.


그렇게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살다가 만나서 희로애락을 나누다가 먼지처럼 사라진다.


오늘도 역시 나 같은 날일까.


<outside blanket> 이불 밖은 위험해 2016 Copyright mozza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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