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적으로 앉았다.
앉은 자리에는 어떠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문득, 익숙해진 것만큼 더 쉬워 보이는 것은 없지만
우리에게 익숙해졌다고 쉽게 상대할 만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는 것도 걸음을 걷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어려웠다가 쉬웠다가 다시 어려워진다.
지금 내가 무엇이 익숙하고 쉬워졌다는 것은
다시 어려워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버스 의자가 불편해졌다.
불편해진 의자에 앉아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었다.
흘러 들어오는 악기 소리들이 흥을 잃고
먼발치에서 그저 둥둥둥 울리는 것처럼 성가셨다.
그래서 다시 경제 공부, 돈 공부에 관련된 영상을 틀었다.
어려웠다. 그럼, 이제 쉬워질 날이 다가올 것인가
절약형 성실한 웃음이 돋았다.
법과는 무관한 삶이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법무일을 맡고 여러 송사에 얽히면서 익숙해졌다.
익숙해졌다는 생각에 함부로 익숙해졌다고 흠칫 놀라며, 셔틀 버스에 앉아 있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읽고 자판을 튕기면서, 그때부터 쉬워졌다는 착각이 시작됐구나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어려워지면 그때서야
쉬운 게 아니구나 깨닫게 될 것인가.
그래도 나는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쉽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