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욱 CD(콘텐츠 디렉터)는 자신의 책 <생각의 기쁨>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 세런디피티(serendipity)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만남을 통해 축적된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뜻밖의 계기로 폭발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라는 의미다.
어느 작가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다양한 방법으로 부를 창출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고, 그것을 통해 배운 것은 성공한 사람을 곁에 두라는 것이었다.
유병욱 CD와 동일했다.
덧붙인다면, 유병욱 CD는 굳이 사람이 아니라도 좋다고 했다. 책, 그림, 음악 등등 한 사람의 총체가 들어간 콘텐츠는 그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어쨌든 기회는 만드는 것이고 따라서 다양하고 폭넓은 콘텐츠와의 만남이 소비가 아니라 생산적인 활동이 되도록 이끄는 것은 각자의 노력 여부에 달렸다.
곧 마흔을 앞둔 나는 도전했던 많은 영역에서 실패를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불안하지 않았다.
운이 좋아 길바닥에 나 앉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쁜 습관을 버리고 자신을 객관화하는 기회가 되었다.
사실, 이런 적극적인 도전의 과정을 통해 더 빠르고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나 지적인 성숙 그리고 남다른 아우라가 생기지 않았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덤덤히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익을 것이라는 믿음만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
이쯤에서 근 일 년 간의 만남과 이별을 돌아봤다.
sns와 이별했고, 블로그와 뉴스레터를 만났다.
종이책 사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줄이고, 밀리의 서재을 만났다.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사업가의 기질을 누르고, 정세를 파악하고 적절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아이디어에 투자했다.
음악을 미뤄두고 책을 더 많이 읽으며 음반 기획사에 음원을 넘기는 일을 멈추고, 언론사에 글을 송고했다.
친구와 동료, 사업 파트너들과의 만남이 사라지면서, 육아에 더욱 힘쓰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만남을 시도한다.
밀리의 서재에 있는 미술 관련 책 200여 권을 모조리 읽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텍스트가 좋은 만큼 이미지도 좋다.
그림은 잘 알지 못했지만 평소에 계속 끌렸다.
그냥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찾고 싶은 생각이다.
그리고 이 만남은 아마도 박성현 작가 님의 세븐 스플릿처럼 새로운 습관으로 이어지며, 또 다른 세계로 발을 들일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만나는 그림과 글은 웹툰처럼 짧은 호흡으로 블로그에 남겨보겠다는 생각도 새로운 만남이다.
새로운 만남은 익숙한 이별이 동반한다.
그동안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