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떠나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by 랩기표 labkypy

떠나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연휴 마지막날에 바람의 언덕과 거제자연예술랜드 앞에 있는 오리배를 타러 갔다.


유명 관광지는 지역민들에게는 뒷전이다.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사는 동네에 낯선 사람들이 기웃거리며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때때로 거북한 이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오늘도 그랬다.

차는 입구에서 꽉 막혔다.

겨우 입구에 들어서자 모자와 마스크로 중무장한 외국분께서 서툰 한국말로 “삼천 원”이라며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사람들은 관광객이 대부분이었고, 풍차가 돌고 있는 언덕을 올라 바람이 부는 바다를 바라봤다.


화장실 앞에 마련된 자리에는 이마트가 새로 생긴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들은 쪼르르 달려가 값비싼 비눗방울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라 목적을 달성한 뒤 몇 번 방울을 바람에 실려 보내더니 지루한지 곧 앉아서 솜사탕을 먹었다.


배가 고프다 하여 목조건물로 된 식당에서 성게알이 들어간 미역국을 시켜 먹고 나왔더니 소나기가 내렸다.


날씨를 검색해 보니 한두어 시간 내린다고 하여 오리배나 한 번 타야겠다 마음먹고 차를 움직였다.



*



자연예술랜드 앞에 오리, 자동차, 용, 돌고래 모양을 한 배가 바람에 흔들리며 뗏목에 붙어 있었다. 우리는 자동차 모양을 탔다. 그 배는 페달을 밟는 것이 아니라 모터로 움직였다. 드드드 모터가 물속에서 돌면 배는 빠른 걸음 속도로 나아갔다.


아들을 무릎에 앉혀 핸들을 쥐게 했다. 좌우가 무슨 뜻인지 알리는 없겠지만 말하는 대로 곧잘 돌려 흐뭇했다. 놀이도 교육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



떠나야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머물러야만 볼 수 있는 것도 있다.


어느 하나 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균형 잡힌 삶이 중요하다.


홍상수 영화 <강변 호텔>에서는 아버지 영환(기주봉 분)이 아들 병수(유준상 분)에게 네 이름 뜻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병수는 병행할 병에 빼어날 수라고 답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정확히 몰라 이름 지은 아버지께 되묻는다.


영환은 네 마음속에는 하늘을 원하는 마음과 땅을 걷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것 둘 다 다 가져야 된다고 한다. 어느 한 곳에 마음이 치우치면 하나를 버리고 싶은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둘 다 가지고 살아야 된다고 말한다.


언젠가 나는 극으로 치우칠 때, 다른 것을 버리고 마음속에서 끌리는 것을 더 끌어당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오늘 비가 개인 후 하늘을 보며 그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상하좌우 어디로 치닫는 것이 아니라 차원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것과 저것은 두 날개로 삼아 높이 날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유의 눈높이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떠나야만 만날 수 있었던

그런 날이었다.


https://youtu.be/Q_r4U0OsdEY



https://youtu.be/qgx6HJK1C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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