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일어나 맘에 드는 옷을 입는다.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고, 내 얼굴에 꼭 맞는 안경을 쓰고는 좋은 음악을 스피커로 흘려보내며 원두를 갈아 커피를 끓인다. 한 모금의 커피가 빈속에 스며들 때 기분 좋은 감정은 배가 된다.
이번 휴가는 책과 술과 음악과 집안 정리로 보내기로 했다. 읽고 있던 김영하 소설은 잠시 멈추고, 교보문고에서 파타고니아에 대한 책과 최진석 원장의 <나 홀로 읽는 도덕경>을 사 왔다. 전자책을 주로 읽다가 오랜만에 서점에 들러서 매대를 둘러보고 고른 책이다. 너무 많은 책들이 나에게 손짓을 해 참느라 힘들었다.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이미지를 훔쳐 가져오고 싶었고, 평소 좋아하는 최진석 원장님의 신간이라 읽어볼 요량으로 이 책들로 최종 선택했다.
2.
음악은 프랑스 파리 전자음악 듀오 Polo & Pan과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Thanks for Coming)>을 듣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재즈로 시작해서 석양이 뉘엿해질 때, Polo & Pan만의 특유의 전자음들의 향연에 빠져 있으면 행복하다. 여기에 술이 조금 들어가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https://youtu.be/sBwIFzomLb8
https://youtu.be/ootQs7sVulY
3.
그래서 마시는 술은 <Jameson>이다. 비싼 술은 부담이 되어서 사지 못하고, 내 입에 딱 맞는 저렴한 것을 한 병 들여놓았다. 소주와 맥주를 간간히 집에서 마시지만, 휴가 기간 동안은 오직 Jameson 한 병과 함께 여유를 찾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아주 성공적이다.
4.
베란다에 쌓여 있던 짐을 털고 인조 잔디를 깔았다. 최근에 아이가 공 던지기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작게나마 캐치볼을 할 수 있도록 장비도 마련했다. 작은 풀장을 마련해서 거실에 놓여 있는 미끄럼틀을 연결해서 물놀이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들이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5.
'내구성의 향상은 우리가 덜 쓰고, 적게 생산하고, 적게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
- 그랑스포스 브룩 AB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최고를 지향하는 것은 단순하게 많이 팔리는 것을 기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이것이 사용되는 환경에 혜택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루기 쉽고 튼튼하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한, '그랑스포스 브록 AB'의 슬로건이 너무 멋있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글을 쓰는 사람 혹은 기타 다른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가져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소명의식이다. 내가 쓰는 글이 읽는 사람과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 묻고, 다양한 경험과 독서를 멈추지 않고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어떠한 지향점을 선도하거나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해본다. 헤세가 말했던 글쓰기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새롭다. 이러한 제품들, 그리고 다양한 예술가와 활동가들의 철학이 추구하는 것들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행동이라면 충분히 정치적인 것이 아닌가. 혹자는 말했다. 정치란 소속집단이 오늘보다 내일 더 먹고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오늘보다 내일 더 망가진 세상을 만드는 사람은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