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손절

by 랩기표 labkypy


다리를 지탱하는 철근에 매달린 새들이

마치 오선지에 그려진 음표 같아 보였다.

누군가 연주해주기를 원하는 음표들은

조용히 때를 기다는 것처럼 앉아 있었다.


그 밑을 지나가는 나의 눈에 구름이 들어왔다.

나는 저 구름처럼 떠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앉은 새처럼 때를 기다리는 걸까



손절을 했다.

오랜만에 손절이라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기다리면 오를 것 같았지만,

그 시기가 애매해져 결국 손절을 했다.


보통 주식투자에서 손절을 하는 경우는,

투자 아이디어가 훼손이 되거나,

예상 손절 라인을 넘어서이다.

나의 경우는 둘 다 아니다.


돈이 급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윳돈으로 투자하라는 말은 진리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습관을 바꾸고 절약해서 여윳돈을 만들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경제적 자유는 복잡한 감정에 휘둘리며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활동을 없애고 단순해짐으로써 안분지족 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공부를 끊임없이 해나가는 태도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기와 투자의 차이는 크게 없다.

다만, 우르르 몰려다니는 불나방과 유유히 혼자서 꿀을 빨아먹는 나비의 차이 정도가 아닐까.


고 마왕 신해철께서 라디오 디제이 시절에

집을 사지 않는 이유와 부동산에 대해서 비판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요약하면 돈이 돈이 벌면 그게 정상인가. 제대로 일해서 버는 사람들은 뭐가 되는가. 그러니깐 화가 나는 거 아닌가. 정도의 말이다.


인정한다.

노동의 가치와 인생은 모든 것이 돈으로 치환되거나 교환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 대부분의 것들은 돈으로 보상받고 돈으로 교환된다.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인간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세상의 흐름을 살피며 그 흐름에 올라타다 보면 노를 젓는 것보다 더 빠르고 수월하게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투자를 시작했다.

(사업 또한 그렇게 했어야 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벽에 달린 눈을 보며 떠올랐다.

벽은 눈이 달리면서 꽉 막힌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담아낼 수 있었다.



https://youtu.be/X_qyH0xHcWg



©️sce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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