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픽션입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글쎄요.
부와 명예를 원하시나?
아닙니다.
그렇다면?
평생 제가 사랑할 수 있는 일과 사람입니다.
방황의 끝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성인이 되었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죽기 직전에도 우리가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면 방황하다 죽는 것이다.
그는 방황했다. 치열하게 공부를 하고 성적이 좋았지만 성적이 발표되거나 원하는 대학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와 같은 순간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행복하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는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방황하는 나그네에게는 잠시 기대어 쉴 곳이 필요하듯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것이 그에게는 하나의 안식이자 도피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삶이 공허해졌다. 회식을 마치고 돌아왔던 그날 밤에 소파에 쓰러졌던 그는 이유 없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가슴이 답답했다. 답답한 가슴을 터트릴 만큼 소리를 질렀다. 잠자던 와이프가 놀래서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그는 평생 사랑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났다. 오랫동안 연애를 했지만 그녀와 함께 있으면 항상 기분이 좋았다. 누구나 들으면 비웃었던 자신의 꿈을 진지하게 응원하는 사람이었다. 언젠가 그는 기분이 좋은 것을 넘어 자신의 꿈을 진지하게 받아주는 그녀를 보며 함께하면 분명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확신을 들어 청혼을 했다.
왜 그러니.
미안, 가슴이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왜, 말해봐.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
사는 게 뭔데?
글쎄 최소한 나처럼 사는 건 아닌 것 같아.
다들 별 수 없어. 다 똑같아.
그래. 그러니깐 더 무서워. 나는 분명 이렇게 자각이 뚜렷한데,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는데, 나는 그들과 다른 것을 원하는데, 똑같이 살아야 되는 거니깐.
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잘 모르겠어… 나 저거 나가볼까?
그는 티브이에서 나오고 있은 연기 콘테스트 홍보 영상을 눈으로 가리켰다. 아내는 남편의 눈이 젖어 있어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 조르는 모습 같아 피식 웃었다.
많이 취했어?
어. 근데 진심이야.
취하면 다 진담이라고 해. 취중진담.
그래. 맞아, 원래 진심은 이렇게 현실이 꽉 눌려 있다가 가끔 겨우 힘을 내 밀어냈을 때 나오는 거야. 에잇, 모르겠다. 그냥 해야겠다.
뭘?
그렇게 그는 방송에서 안내된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안내 멘트가 나오자 대답했다.
허성태입니다.
네 정상 접수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겁 없이 오디션을 보러 간 이후 5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8년간 좋은 직장에서 안락한 삶을 살았던 그에게는 후회와 불안으로 뒤엉킨 고행이었다. 아내의 응원이 없었다면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가족이란 누군가에게는 바닥에 엎드려 현실에 빌붙어살게 하지만, 그에게는 힘 풀린 날개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존재였다. 그는 그렇게 날아올랐다.
“뺨 맞고도 행복할 수 있구나.”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이기적인 선택을 했고,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세 남매를 키워낸 그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존경한다는 배우와 감독이 함께 한 작품을 보고 난 후 “천만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천만 배우가 될 것이라고. ‘천만’ 배우가 되는 것은 많은 행운(‘다행’)이 필요할 테니 ‘천만다행’을 품고 살겠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